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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무서운 금리?…Fed 긴축 감속 기대에 세계 증시 반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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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격화하고 있지만 세계 증시는 오히려 반등했다. 금융시장은 러시아의 군화보다 전쟁으로 늦춰질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스텝을 더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반등의 시작은 미국 증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하며 24일(현지시간) 하락 출발한 뉴욕 3대 증시는 미국의 러시아 추가 제재 발표 이후 일제히 상승 전환하며 장을 마쳤다. 나스닥은 3% 급락으로 시작했다가 3.34% 급등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다우지수(0.28%)와 S&P500(1.5%)도 상승 마감했다.

25일 오전 5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2층 주택에 항공기 파편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당국

25일 오전 5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2층 주택에 항공기 파편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당국

미국 시장의 급등은 바다 건너 아시아 증시도 끌어 올렸다. 전쟁 소식에 전날 2.6% 급락하며 2700선을 내줬던 코스피도 25일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06% 오른 2676.76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 3.32% 급락했던 코스피는 2.92% 오르며 872.98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1.95%)와 대만 가권(0.33%) 등 아시아 시장도 상승 마감했다.

러시아 제재안 예상보다 약해, 저가매수세 유입 

전쟁 소식에도 세계 증시가 반등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저가매수세 유입이다. 투자자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태를 예상해 선반영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안이 예상보다 강경하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한 것도 투자 심리의 위축을 막은 요인으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총 1조 달러(약 1204조원) 자산을 보유한 러시아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와 첨단 기술산업 전반에 직접 피해를 줄 수 있는 수출 통제 등을 골자로 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강력한 카드로 거론된 국제금융정보통신망(SWIFT) 배제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제재는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에너지에 대한 직접 제재 역시 빠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러시아 간 무력 충돌을 제외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졌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러시아 제재 수위가 초강도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공포 심리 확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타임라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타임라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러시아 군화보다 Fed ‘스텝’ 주목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러시아의 거침없는 행보에 오히려 Fed의 긴축 스텝이 신중해질 것이란 예상도 시장이 반색한 이유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해 Fed의 긴축 강도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성장주 중심으로 저가 매수 유입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긴축을 향한 Fed의 첫발은 빅스텝(0.5%포인트)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모습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올해 3월 Fed의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이날 13.3%까지 떨어졌다. 1~2주 전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반면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은 86.7%까지 급등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가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을 봐가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0.25%포인트 인상에 힘을 실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은 CNBC에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많은 이들이 얘기해왔던 올해 8~9번의 금리 인상도 테이블에서 치워졌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빠지나

Oil barrels on stack of golden coins and oil pump jack. Growth rise of oil stock prices and growth of extraction concept. 3d illustration

Oil barrels on stack of golden coins and oil pump jack. Growth rise of oil stock prices and growth of extraction concept. 3d illustration

Fed가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커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속 긴축에 속도를 내면 경기 침체가 두렵고, 긴축을 미루려니 물가 급등이 우려돼서다. 이미 국제 유가는 치솟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105달러까지 뛰었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오르고, 소비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월가에서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물가 상승)이 올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피터 부크바르 블리커리 어드바이저리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미 여기에 와 있다”며 “이는 중앙은행을 움직이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제4차 중동전쟁으로 야기된 '1차 오일쇼크(1973~74년)'로 인해 주요국들은 두 자릿수 물가 상승과 마이너스 성장이 겹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때문에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당분간 시장은 출렁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25일 미국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나스닥100 선물은 0.86% 다시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금리 인상 모두 불확실성이 크다"며 "3월 초까지 증시 변동성은 큰 가운데 코스피가 2600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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