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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의원직 잃었지만…헌재 ‘대면 사전선거운동' 금지 위헌

중앙일보

입력

선거운동기간 전에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사전 선거운동을 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16일 앞둔 21일 오후 대전시. [프리랜서 김성태]

제20대 대통령선거를 16일 앞둔 21일 오후 대전시. [프리랜서 김성태]

헌법재판소는 24일 박찬우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박 전 의원은 2018년 2월 선거법이 금지한 선거구민 집회를 열어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에 대해 당선무효형을 확정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20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둔 2015년 10월, 충남 홍성 용봉산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충남도당 당원 단합대회에 참석해 선거구민 750명을 대상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벌금 300만원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정당행사에 비당원이 일부 참석했고 축사 담당자의 선거법 저촉 발언을 적극 제지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사전 선거운동 행위라며 국회의원직을 박탈하는 가혹한 판결”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후 박 전 의원은 처벌 근거가 된 옛 공직선거법 59조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과 벌칙 조항인 254조 2항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아예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공직선거법 59조는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 전까지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254조 2항은 선거운동 기간 전에 선거법이 허용한 방법을 제외하고 ‘그밖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이 금지되는 사전 선거운동의 방법을 ‘그 밖의 방법’(집회) 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다.

박찬우 전 의원 [연합뉴스]

박찬우 전 의원 [연합뉴스]

헌재는 먼저 박 전 의원이 주장한 부분과 관련해 ‘그 밖의 방법(집회)’이 다소 포괄적이거나 불확정적인 개념이긴 하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는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그 밖의 방법(집회)’라고 금지한 방식 가운데 과하게 경쟁할 가능성이 낮은 개별 대면 선거운동 방식까지 금지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또 헌재는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은 사실상 경제력이 부족한 후보자가 오프라인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를 금지하는 건 오히려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선거 기회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선거법은 ‘돈은 묶고 입은 푸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2020년 12월 개정 선거법에 따라 옥내·외에서 개별적으로 말로 하는 선거운동은 선거일이 아니더라도 허용됐다. 전화 선거운동의 경우도 송·수화자가 직접 통화하는 방식은 가능하다. 다만, 말로 하는 선거운동이더라도 확성기를 사용하거나 선거 목적으로 집회를 개최하는 행위 등은 여전히 금지된다.

이에 따라 이번 결정은 종전의 합헌결정이 있었던 2016년 7월 이후부터 법이 개정된 2020년 12월 전까지 구 공직선거법의 효력이 상실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공직선거법 중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의 선거운동에 대한 제한과 처벌 효력규정은 종전의 합헌 결정이 있었던 날의 다음날인 2016년 7월1일부로 효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헌법소원을 낸 당사자인 박 전 의원은 정작 재심 등 이번 결정의 혜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의원은 옥외 집회에서 수백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처벌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박 전 의원은 최근 특별사면돼 피선거권을 회복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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