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물 마시면 한달 정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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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단식은 비만증 등의 치료를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정치·사회적 목적 등을 위한 비폭력 극한 투쟁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또 종교인들이 수도를 위해 일정기간 단식을 하며 불가항력적 사고에 처해 본의 아닌 단식이 강요되는 수도 있다.
그러나 건강을 위한 단식이라도 인체에 큰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다.
중앙대의대 오연상 교수(내과)를 통해 인간의 몸이 단식으로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지, 또 건강에 미치는 효과 등에 대해 알아본다.
단식은 아무 것도 먹지 않는 완전 단식과 물만 마시는 부분단식이 있다. 완전단식의 경우 일반인은 3∼7일 정도가 한계로 알려져 있다. 반면 물을 마실 경우 개인의 지방 축적량에 따라 달라 마른 사람은 30∼40일 버티기 어렵지만 뚱뚱한 사람일수록 몸에 비축된 지방질 등의 영향으로 더 오래 연명된다.
물을 마시면 생명이 더 오래 유지되는 것은 이 속에 포함된 칼슘·칼륨 등 필수 미량 원소가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물 자체가 우리 몸의 대사를 돕기 때문이다.
◇단식 최장기록=90년도 판 기네스북에 따르면 지난65년 스코틀랜드의 앵거스 바비이리가 세운 3백82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그는 물 외에도 홍차·코피·소다수·비타민제 등을 먹고 지내 단식이라기보다 절식에 가까웠고 체중이 보통사람의 3배를 넘어 특이한 케이스가 되겠다. 2백14kg이었던 그의 체중을 80kg으로 줄였다.
최장기 단식농성으로 사망한 예는 지난 81년 영국에 대항한 IRA(아일랜드 공화국군)의 한사람인 킨랜 도러티가 수감 중 정치법 대우를 요구하다 단식 투쟁하다가 72일만에 숨진 것. 그의 동료 보비 샌즈는 66일만에 숨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국내기록=불의의 사고를 당해 순수한 물만 마시고 버텨 낸 것은 지난 67년 8월22일 충남청양군 구봉 광산의 지하 1백25m되는 갱 속에 갇혔다가 15일8시간35분만에 구조된 양창선씨. 양씨는 죽음직전에 구조됐으며 당시 이 부문 세계기록을 세웠는데 사고 전 63kg이었던 체중이 구조 뒤 45kg으로 줄었다.
정치적 비폭력 투쟁을 목적으로 한 단식은 지난 83년 5월18일부터 6월9일까지 23일을 단식했던 당시 신민당 총재 김영삼씨가 대표적인 케이스.
◇단식의 영향=단식이 시작되면 첫날은 위장 등에 남아 있던 음식물로 버티다가 이틀째부터는 1차적으로 간에 비축된 포도당 중합체가 분해돼 신체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그러나 이것도 일반인은 하루면 바닥나 사흘째부터는 신체 각 부위에 분포된 지방분이 분해돼 영양분을 공급하는데 단식 후 3∼4일이 배고픔 등으로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통과 미열·구토증세도 있고 헛것이 보이는 것도 이 시기.
4∼5일부터는 근육 중에 아미노산으로 전환될 수 있는 성분들이 분해돼 생명 유지 작용을 돕게 되는데 이 뒤부터는 배고픔도 잊고 머리가 맑아져 오히려 기운이 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수도자들에게는 이때가 중대한 시기로 알려져 있다.
단식을 시작하면 체중이 하루 0.5∼1kg씩 감소되나 1주일이 지나면서부터는 감소율이 떨어지는데 자신의 정상 체중에서 40%가 줄면 생명의 위험수준.
◇건강을 위한 절식=건강을 위한 단식 요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단식 중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음식물이 아닌 체내에 단백질이나 지방분에서 얻으므로 이들이 분해되면서 몸 속에 오래 축적됐던 유해물질과 노폐물이 밖으로 배출되는 등 대청소를 하는 효과를 얻어 각종 질환을 고치고 노화를 방지한다는 것.
그러나 의학적 측면에서「단식은 일시적 체중감량 효과뿐」으로 인정되고 있다.
우리 몸의 생리기능상 노폐물이나 유해 물은 적당한 운동으로 항상 배출되게 돼 있으며 단식한 후 40일정도가 지나면 건강 인이라도 신체의 각 기능이 정상으로 되돌아오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선 비만증의 경우 하루에 필요한 2천4백㎈정도의 열량에 맞추거나 약간 줄이는 절식요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단식 금지 자=당뇨병·신장병·간장 질 환자와 결핵·위궤양·심장병·시력 장애자·임산부 등은 단식을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인이 단식할 경우 지방의 분해 물 중 케튼 성분이 대사에 이용되나 당뇨·신장·간질환자들은 혈액 속에 계속 축적돼 용혈현상 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또 결핵·임산부 등 체력을 요하는 사람들은 필수영양분 섭취가 절대적이다.
◇단식 후 급식=장기간 단식 후 갑자기 음식을 섭취하면 소학기능이 약해져 소 화시키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영양분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며 혈액 속의 인산 등 전해질을 같이 끌고 들어가 저린산혈증을 일으킨다.
따라서 처음 저 칼로리의 미음이나 주스·영양제가 든 물을 1∼2일 섭취한 뒤 묽은 죽 등으로 옮아가는데 이때 코피나 담배·술등 자극성 있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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