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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우크라 상황 심각 우려"…러시아엔 한 마디도 안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입을 지시한 가운데 정부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비롯해 군사적 조치에 대한 우려나 규탄 등은 없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자들의 독립을 승인하는 모습. Sputnik/Alexey Nikolsky/Kremlin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자들의 독립을 승인하는 모습. Sputnik/Alexey Nikolsky/Kremlin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연합뉴스.

"당사자들 민스크 협정 존중해야"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부는 최근 전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보전을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며 "관련 당사자들이 국제법과 민스크협정 등을 존중하면서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반군과 정부군 간 이어지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지난 2014년 9월과 2015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체결된 협정을 뜻한다. 다만 협정의 주요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채 수년째 교전이 계속돼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대변인은 또 "정부는 현지 체류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준 크림 지역을 제외하고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 한국 교민은 63명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3일부터 전역이 여행 금지 지역이다.

2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자의 독립을 승인한다고 밝힌 뒤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이 지역에 진입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가 사실상 우크라이나 침공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을 하는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 뉴스1.

22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을 하는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 뉴스1.

이날 성명과 관련해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유감ㆍ우려ㆍ규탄 등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 문장으로 구성된 성명에서 러시아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당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부는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던 것보다도 더 낮은 수위로 반응한 셈이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에 대한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 제재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 정세를 전하는 방식으로만 러시아 규탄을 언급했을 뿐 러시아를 향한 한국 정부 차원의 메시지는 없었다.

이는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일제히 규탄 입장을 밝힌 것과 뚜렷이 대조된다. 일본도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를 향해 "국제법 위반이며 강하게 비난한다"며 대러 제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방 주도의 제재에 정부가 동참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평화적인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한다는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끊을 경우에 대비해 유럽에 대한 가스 지원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필요가 있을 경우 가급적 적극 검토해나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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