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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만나고 칩거한 시진핑…WSJ "수뇌부와 우크라이나 논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식에 앞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타스=연합]

지난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식에 앞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타스=연합]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러시아 지지 입장을 표명한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후 현재까지 공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중국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 등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칩거한 채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비공개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주석 집무실이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 정문. 박성훈 특파원

시진핑 주석 집무실이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 정문. 박성훈 특파원

러시아 지지 그후...중국 수뇌부 비공개 회의

WSJ는 “푸틴 대통령이 비행기에 오른 뒤 일주일 넘게 침체된 분위기가 지속됐다”며 “이례적으로 확대된 회의는 시 주석이 러시아에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얼마나 긴급하고 민감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일 시 주석은 정상 회담을 마치고 난 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속적인 확장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내놨다. 나토 회원국과 미 동맹국 등이 러시아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분명한 지지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엔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없다.

외교 원칙 허문 중국...향후 영향 우려

이는 냉전 이래 중·러가 가장 밀접한 동맹 관계란 점을 과시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외교 정책의 변화를 암시하며 관료들의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고 WSJ는 지적했다. 중국은 1954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수립한 ‘평화 공존 5항 원칙’(평화 공존ㆍ호혜적 상호협력ㆍ주권과 영토 존중ㆍ내정 불간섭ㆍ상호 불가침)을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아왔다.

침략이나 다른 나라의 문제에 대해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이 이 같은 원칙을 허물고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에 동의 의사를 표함으로써 향후 외교 기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로 넘어가는 폴란드 코르쵸바 국경검문소 앞에 대기 중인 트럭들. 이날은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일로 예고한 'D-데이'였다.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로 넘어가는 폴란드 코르쵸바 국경검문소 앞에 대기 중인 트럭들. 이날은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일로 예고한 'D-데이'였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일대일로 연선국...경제 영향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밀접한 경제 관계도 맺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ㆍ해상 실크로드) 구상에서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중심국가다. 지난 2020년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류허(劉鶴) 부총리는 “일대일로 협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양자 관계를 증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석유와 가스 공급처를 다양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구소련 회원국들에 광대한 송유관망도 구축중이다.

세르게이 라드첸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중국이 나토 확대를 반대하며 러시아를 옹호하는 것은 경제적 비용을 수반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중국이 직면하게 될 경제적 위기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러시아 침공시 미국 또다른 제재 가능성

또 러시아 침공시 미국이 수출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제재 회피를 위해 러시아가 중국의 도움을 요청할 경우 중국 역시 미국으로부터 또다른 금융·무역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칼 민즈너 미국 포덤대 교수는 “푸틴은 중국의 큰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시 주석은 “(독일,러시아,프랑스,우크라이나가 포함된) 노르망디 채널 등 다자협의체에서 대화를 통한 정치적이고 포괄적 해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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