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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 병력 감축은 거짓…우크라 침공 빌미 역정보 흘려"

중앙일보

입력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에스토이나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AF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에스토이나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며, 오히려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철군 주장을 아직 검증하지 못했다면서 유보적 입장을 보인 데서 나아가 러시아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한 것이다. 러시아가 철군을 가장했다가 기습 침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MSNBC 시사 프로그램 '모닝 조'에 출연해 러시아의 병력 철수 관련 질문에 "러시아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서 "어떠한 병력 철수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매우 위협적인 방식으로 집결해 있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ABC 아침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에서는 "불행하게도 러시아는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면서 "우리가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철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침공을 예상한 16일을 일단 넘긴 데 대해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침공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기간 안에 있다고 말한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은 매우 촉박한 통보에도 행동할 수 있는 군 역량을 갖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푸틴)는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 오늘 당길 수도, 내일 당길 수도, 다음 주에 당길 수도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고 싶으면 군대가 그곳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 역시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 병력의 단계적 축소(de-escalation)를 보지 못했다"면서 "실제로 최근 몇 주, 또는 며칠간 그 정반대를 봤다"고 말했다. 국경지대에 모인 러시아군이 줄어든 게 아니라 늘었고, 전투태세를 갖추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익명을 전제로 러시아가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최근 병력 7000명을 우크라이나 국경에 추가했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가진 모든 징후는 러시아가 공개적으로는 협상을 제안하고 병력을 단계적으로 축소했다고 주장하면서 남몰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군사력 감축은 보이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크림반도를 빠져나가 러시아로 향하는 군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과 나토 등 서방은 병력 감소는 없으며, 러시아 주장이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러시아가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인식은 이틀 전 판단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같이 상반된 양측 주장은 미·러가 교착상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희망을 꺾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위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별개로 미국 국방부는 지난 주말 지중해 상공에서 미국 해군 정찰기와 러시아 군용기가 거의 부딪칠 뻔한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고 밝혔다. 양국 군용기는 약 5피트(약 1.5m) 간격을 남겨두고 교차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지금처럼 극도로 민감한 상황에선 작은 오판과 오해도 상황을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WP는 전했다. 국무부는 '러시아 정부가 공격 빌미가 될 수 있는 오정보와 역정보를 러시아 언론에 흘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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