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도 '코드' 인사…급하면 '아버지 사람'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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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후임에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사람으로 알려진 로버트 게이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새 국방장관에 지명한 것을 계기로 궁지 탈출이 급할 땐 아버지 사람을 찾는 부시 대통령의 인사 '습성'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게이츠 지명자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 밑에서 CIA 국장과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인물.

부시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후 이라크 정책의 진로를 수정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자주 언급하는 이라크 점검단 역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 밑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베이커가 이끌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엔 이 점검단을 별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최근 수일 사이에 점검단이 준비중인 보고서를 자주 언급함으로써 이 보고서가 이라크 탈출 전략을 마련해줄 것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국방장관이었고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합참의장이었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역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일했으며 존 볼턴 유엔주재 대사는 레이건 행정부와 아버지 부시 행정부 때 국무부에서 일했었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은 포드 행정부 때 국방장관을 지내 부시가 사람에 속하지 않으며 70년대 하원의원과 백악관 비서실장 국방장관 등을 지낼 때는 체니 부통령을 심복으로 거느리고 있었다.

이때문인지 럼즈펠드 장관은 라이스 장관은 물론 부시 대통령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상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봅 우드워드의 신간 '부인하는 국가'에는 라이스 장관이 텍사스 목장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나 럼즈펠드 장관이 자신과 잘 협의도 하지 않고 전화를 해도 답신도 하지 않는다고 호소하자 부시 대통령이 럼즈펠드 장관에게 "콘디(라이스 장관)하고 얘기를 안하는 걸로 아는데 얘기 좀 하라"고 요청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앤드루 카드 전 비서실장이 럼즈펠드 장관에게 어떤 문제에 대해 항의조로 말하자 럼즈펠드 장관은 "내가 당신한테 보고할 의무가 없다"며 그대로 돌아서 갔다는 일화도 이 책에 소개돼 있다.

부시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텍사스에서 워싱턴으로 상경했을 때는 워싱턴의 정치 역학관계에 익숙한 '워싱턴 사람들(Washington insiders)'을 경멸하는 듯한 언행을 했으나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나 게이츠 지명자 등 구원투수들은 '워싱턴 인사이드들'이다.

미주 중앙일보

*사진하고 표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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