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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선수 망명 또…'반정부' 찍힌 17세 스키소녀 폴란드행

중앙일보

입력

벨라루스의 17세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베이징 겨울올림픽 출전이 금지된 후, 정부 보복이 두려워 가족과 함께 폴란드로 탈출했다.

벨라루스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다리야 돌리도비치. 로이터=연합뉴스

벨라루스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다리야 돌리도비치.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 스키협회는 지난해 12월 국제스키연맹(FIS)에 등록된 다리야 돌리도비치(17)의 선수 자격을 취소하고 이를 그의 코치진에게 통보했다. 자격 박탈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돌리도비치의 코치이자 아버지인 세르게이 돌리도비치는 로이터와 화상 인터뷰에서 "정부는 우리 부녀가 2020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재선을 반대하는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면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할 권리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소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 더는 벨라루스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없을 것 같아 폴란드에 왔다"고 말했다.

벨라루스를 27년간 통치하고 있는 루카셴코 정권은 2020년 8월 대선 이후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다. 이후 반정부 활동에 동조한 야당 정치인이나 언론인, 운동선수들을 무더기 체포하는 등 압박하고 있다. 돌리도비치와 함께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자격을 박탈당한 스비아틀라나 안드류크는 "나를 반정부파라고 비난했지만, 나의 정치적 견해는 중립"이라고 강조했다.

벨라루스 선수의 망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엔 도쿄 여름올림픽에 참가한 벨라루스 육상대표팀의 단거리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가 폴란드 대사관을 통해 망명했다. 당시 치마노우스카야는 대표팀 지도부가 자신이 한 번도 출전해 본 적이 없는 1600m 계주 명단에 자신을 올렸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본국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감옥에 갈까 두렵다"며 도쿄의 하네다 공항에서 일본 경찰에 정치적 망명 의사를 밝혔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이후 폴란드 정부의 입국 허가를 받아 폴란드로 향했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이미 루카셴코 정권의 박해를 피해 많은 벨라루스인이 망명한 곳이다. 이후 벨라루스 당국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더욱 면밀히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벨라루스는 10일부터 러시아와 대규모 군사 연합훈련을 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북쪽에 위치한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에 침공 의도를 보이는 러시아와 공조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0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고 집권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러시아와 더 밀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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