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전망 밝지 않아 친중 쿠데타는 말도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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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 9일로 한 달이 됐다. 다행히 그동안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로 북한이 지난달 31일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6자회담 재개 시점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로 예상된다. 중국 칭화(淸華)대학의 옌쉐퉁(閻學通.53.사진) 국제문제연구소장을 만나 앞으로 6자회담과 북핵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물어봤다.

-북한이 재개될 6자회담을 통해 요구를 충족하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나.

"북한이 얻게 될 이득의 내용과 수준에 달려 있다. 원하는 것을 다 얻었다고 판단하면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기대하는 이득은 무엇인가.

"외교적으로는 미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와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맺는 것이고,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모든 제재를 푸는 것이다."

-미국은 실제로 북한의 정권 교체를 바라는가.

"그렇다고 본다. 9.19 공동성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에 나선 것은 미국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그것은 위폐 제조 등 불법행위에 대한 합법적 대응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위폐 문제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홍콩에도 있고, 남미에도 있다. 달러 위조는 세계의 보편적 현상이다. 북한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북한과 똑같은 제재를 받고 있는가."

-한국과 중국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고 보는데.

"그것이 바로 두 나라가 처한 딜레마다. 북한과 미국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우리가 피해를 보게 돼 있다. 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반도 비핵화가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익이라는 것이 지키고 싶다고 항상 100%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손해를 덜 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 미국은 북핵 문제는 더 이상 '우리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을 향해 '너희 문제'라고 소리치고 있다. 그 결과 중재자였던 한국과 중국은 문제의 일부가 돼 버렸다. 두 나라는 더 이상 남의 국익을 배려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각자 자기 국익을 따져 냉정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는 엄중한 상황이다."

-중국이 미국과 손을 잡고,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킨 뒤 친중(親中) 정권을 세우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 맞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은데.

"완전히 잘못 짚은 것이다. 미국과 협상을 해서 중국이 나선다고 북한 정권이 붕괴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 한들 미국이 그 대가로 중국에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대만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할 수 있는가. 아마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무엇 때문에 북한 정권 붕괴 시도에 나서겠는가. 북한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국경 분쟁, 난민 유입 등 숱한 문제가 생길 게 뻔한데 무엇 하러 중국이 그런 바보짓을 하겠는가. 문제를 만든 미국은 아무 손해도 안 보면서 중국만 손해를 보는 짓을 중국이 왜 하겠는가."

-결론적으로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 전망이 밝지 않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 합의를 도출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만 결심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미국이 마음을 고쳐먹지 않고, 중국과 한국에 문제를 떠넘기는 데 있다."

베이징=배명복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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