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재개될 6자회담을 통해 요구를 충족하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나.
"북한이 얻게 될 이득의 내용과 수준에 달려 있다. 원하는 것을 다 얻었다고 판단하면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기대하는 이득은 무엇인가.
"외교적으로는 미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와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맺는 것이고,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모든 제재를 푸는 것이다."
-미국은 실제로 북한의 정권 교체를 바라는가.
"그렇다고 본다. 9.19 공동성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에 나선 것은 미국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그것은 위폐 제조 등 불법행위에 대한 합법적 대응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위폐 문제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홍콩에도 있고, 남미에도 있다. 달러 위조는 세계의 보편적 현상이다. 북한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북한과 똑같은 제재를 받고 있는가."
-한국과 중국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고 보는데.
"그것이 바로 두 나라가 처한 딜레마다. 북한과 미국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우리가 피해를 보게 돼 있다. 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반도 비핵화가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익이라는 것이 지키고 싶다고 항상 100%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손해를 덜 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 미국은 북핵 문제는 더 이상 '우리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을 향해 '너희 문제'라고 소리치고 있다. 그 결과 중재자였던 한국과 중국은 문제의 일부가 돼 버렸다. 두 나라는 더 이상 남의 국익을 배려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각자 자기 국익을 따져 냉정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는 엄중한 상황이다."
-중국이 미국과 손을 잡고,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킨 뒤 친중(親中) 정권을 세우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 맞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은데.
"완전히 잘못 짚은 것이다. 미국과 협상을 해서 중국이 나선다고 북한 정권이 붕괴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 한들 미국이 그 대가로 중국에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대만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할 수 있는가. 아마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무엇 때문에 북한 정권 붕괴 시도에 나서겠는가. 북한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국경 분쟁, 난민 유입 등 숱한 문제가 생길 게 뻔한데 무엇 하러 중국이 그런 바보짓을 하겠는가. 문제를 만든 미국은 아무 손해도 안 보면서 중국만 손해를 보는 짓을 중국이 왜 하겠는가."
-결론적으로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 전망이 밝지 않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 합의를 도출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만 결심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미국이 마음을 고쳐먹지 않고, 중국과 한국에 문제를 떠넘기는 데 있다."
베이징=배명복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