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설현장 사망 수사' 법률 상담한 노무사…대법 '유죄' 판단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인노무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수사와 관련해 법률 상담이나 의견서 작성을 했다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동 법률를 다뤄야 할 노무사가 노무사법 범위를 넘어 유‧무죄를 다투는 형사 법률 상담을 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해당 사진은 본문과 무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첫날인 27일 서울 시내 한 공사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해당 사진은 본문과 무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첫날인 27일 서울 시내 한 공사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수사 예상문답 법률 상담한 노무사…대법원, 원심 파기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무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출신인 A씨는 2007~2013년 건설현장 산업재해, 노동자 사망, 임금체불 등 노동 관련 사건 75건을 의뢰받아 법률 상담을 하거나 산업안전보건법 의견서를 작성해주고 총 21억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에는 발전소 건설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사망 사고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에 대한 변론 및 대응 등도 포함됐다.

A씨는 수사에 대비해 검사 및 변호사 프로필을 기초로 ‘참고인 진술조서 예상 문답’, ‘산업안전보건법 형사 사건처리 절차’, ‘피의자별 적용 법령’ 등의 법률 상담을 했다. 내사 종결이나 무혐의, 무죄 판결 같은 결과를 얻으면 성공보수를 받는다는 내용도 약정에 포함됐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공인노무사 직무 범위, 형사 사건 해당할까?

앞서 1‧2심은  A씨의 행위가 공인노무사법이 정한 직무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1‧2심은 “형사 사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만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또 “노동 관련 부처에 대한 행정적인 사건의 처리만을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로 제한하고 있는 명시적인 법적 근거도 없다”고 했다. 1‧2심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건에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를 따로 떼어 내 법률 상담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대법원은 1‧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공인노무사가 의뢰인에게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상담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공인노무사법의 제1항 3호)고 했다. 여기서 노동 관계 법령이란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형사소송법 등 형사 법률 상담은 노무사의 범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검사 및 변호사 프로필을 기초로 담당 검사와 특정 변호사의 관계 등에 관해 상담을 했다면 그 자체로 노동관계 법령에 관한 상담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 내에서 이뤄진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면서 법원으로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돌려보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