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2부는 대안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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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월 8일 서울대가 입시요강을 발표했다. 2008학년도 대입에서부터 논술시험 비중을 30%로 높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수능은 입학자격 기준으로만 활용키로 했다. 사실상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20일 뒤인 9월 28일엔 전국 199개 4년제 대학이 2008학년도 입시 전형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26곳이었던 논술시험을 보는 대학이 45곳으로 확 늘어났다. 대학들의 반영 비율은 10~30%였다.

결국 죽어나는 건 학교와 학생.학부모다. "뭘, 어떻게 가르치라는 건지 모르겠다(교사)" "우리가 실험 대상이냐(학생들)" "학원비 대느라 못 살겠다(학부모)"는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이런 가운데 사설 논술 학원들만 물 만난 고기처럼 들썩였다.

중앙일보는 논술이 뭐가 문제인지, 또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다. 시리즈의 포인트는 세 가지였다.

①서울 강남의 유명 논술학원을 다니면 정말로 효과가 있는가 ②공교육에선 논술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③대학들은 출제.채점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한 달에 걸친 취재 결과는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강남의 유명 논술학원이 모범답안이라고 작성한 것을 해당 대학에 의뢰해 채점케 했다. 결과는 낙제점이었다. 서강대 논술에서는 3700명 중 2000여 명이 엇비슷한 결론을 냈고, 이런 수험생들은 거의 다 낙방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서울대.성대.숙대 등의 논술 상위권 출신고를 보니 강남이 아니라 비강남과 지방이 많았다.

취재팀은 "논술시험이 정상적으로 되면 강남의 족집게 과외는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서울대 이장무 총장의 지적이 일리가 있음을 확인했다.

일선 학교에서의 논술 수업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였다. 그래도 열의에 찬 선생님들이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수확이었다. 취재팀이 보도한 외국 학교들의 사례처럼 언젠가는 우리도 일반 교실에서 논술 수업이 가능할 것이란 희망의 싹을 봤다.

"교수들이 일주일 만에 문제를 출제하고 하루에 50장씩 채점한다"는 중앙일보 시리즈의 지적은 대학 사회에도 큰 자극이 됐다. 전국 23개 대학과 일선 고교 교사들은 10일 첫 모임을 했다. 고교는 어떻게 제대로 된 논술 교육을 하고, 대학은 어떤 방법으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문제를 출제할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중앙일보 취재팀은 앞으로 대안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려고 한다. 시리즈를 1, 2부로 나눈 것도 이 때문이다. 논술 교육의 성공을 기원한다.

양영유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