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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CAR&] ‘애플카’ 이어 ‘소니카’…전자회사가 변신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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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CES→ECS.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Consumer Electronic Show)가 전기자동차쇼(ECS, Electric Car Show)로 변모한 지 오래다. 이런 흐름 속에 이달 초(5~7일) 열린 CES에서는 꽤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의 세계적인 전자회사 소니(SONY)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고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요시다 켄이치로(吉田憲一郎) 소니 회장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올봄 소니모빌리티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2년 전 CES에서 전기 콘셉트카 ‘비전-S01’을 공개했지만 다른 자동차회사와의 협력에 초점을 뒀다. 이처럼 시장 진출에 선을 그었던 소니가 불과 2년 만에 180도 달라진 입장을 발표하자 CES 전시장 전체가 술렁거렸다.

소니 전기 콘셉트카 비전-S01. [사진 소니]

소니 전기 콘셉트카 비전-S01. [사진 소니]

소니는 ‘비전-S01’에 이어 전기 콘셉트카 ‘비전-S02’를 선보였다. 출시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요시다 회장은 “비전-S 시리즈에 5세대 통신(5G)에 걸맞은 소니의 카메라와 센서,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회사답게 소니는 5G 환경에서 안정적인 자율주행 능력을 강조했다. 기존의 자율주행차보다 원격 통신의 대기·지체 시간이 적고, 차량 제어가 원활한 것에 대해 자신감을 표했다. 인간의 시야를 초월하는 센서 감지 기술로 차량 주변을 360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동시에 승객의 상태 등 실내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차량용 이미지 센서 부문에서 현재 소니는 세계 1위다.

소니는 차세대 전기차 콘셉트로 실시간 성장하고 진화하는 자동차를 꿈꾼다. 모든 데이터가 연결된 상황에서 전기차 자체가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동기화가 이뤄지고, 소프트웨어는 네트워크를 통해 반복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워크맨’의 화려했던 과거를 떠올리듯, 시트에 탑재된 360 리얼 오디오 시스템과 스피커도 이목을 끈다.

소니의 연대별 주력 상품.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소니의 연대별 주력 상품.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소니는 1960년대 트리니트론(컬러TV), 70년대 워크맨(휴대용 오디오 플레이어), 80년대 핸디캠(캠코더), 90년대 바이오(초박형 노트북), 2000년대 브라비아(고화질TV) 등을 앞세우며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소니와 일본 전자 산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더딘 디지털 전환(DT)과 스마트폰 사업 패착으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소니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밖에 없는 대목이다.

소니의 자동차 산업 진출은 미국 애플의 행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진출을 공식 선언한 소니와 달리 애플카 프로젝트는 여전히 첩보 영화처럼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애플카의 상용화 시기를 2025년으로 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회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2025년에 전기차를 출시하고, 2030년까지 150만 대를 판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자율주행 기능을 중심으로 애플카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자체적으로 배터리도 개발했다.

애플카에 이어 소니카의 출시가 현실로 다가오자 전 세계 자동차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전자회사의 자동차 산업 진출은 이미 선례가 있다. 자동차가 전기차 등 전장 위주의 산업으로 바뀔 거란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30년 전 전자산업이 주축이던 삼성의 자동차 산업 진출은 현시점에서 볼수록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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