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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열에 일곱은 美 응원하지만…“中, 美 대체할 수도” 59.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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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 5월 출범하는 새 정부는 수많은 외교적 난제를 마주하게 된다.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선 국민의 생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 지지 없이는 어떤 외교 정책도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공동으로 한국의 외교 환경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민심으로 읽은 새 정부 외교과제' 시리즈를 진행한다. 여론조사 결과(1회)와 빅 데이터 분석 결과(2회), 전문가들이 꼽은 올해 아시아 11대 이슈(3회) 등을 전한다.

1회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1~12월 전국의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형식은 웹조사(문자메시지와 e메일로 url 발송)였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였다.

특별취재팀

[민심으로 읽은 새 정부 외교과제-①]

미국을 응원하지만, 언젠가 중국에게 따라잡힐 것만 같아 걱정이다.

갈수록 첨예해지는 미ㆍ중 대결 국면과 관련한 응답자들의 반응을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을 지지하는 여론이 중국 지지 여론을 압도하면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그럴 경우 역내 평화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경계심도 함께 드러냈다.

美 응원 67.8% vs 中 응원 4.4%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 어느 나라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7.8%는 미국을, 4.4%는 중국을 택했다. 이념적으로는 스스로를 보수라고 평가한 응답자의 80.1%가,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의 66.0%가 미국을 지지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 중 장차 어느 나라가 승리할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53.7%가 미국을, 11.5%가 중국을 택했다.

판단을 보류한 비율은 두 질문에서 비슷했다.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묻는 데는 21.4%가 “중립”을 택했고, 어느 쪽이 이길 것으로 보는지 묻는 데는 26.0%가 “승부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중 경쟁에서 어느 쪽이 이기면 좋겠느냐고 물을 때는 미국을 선택한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승자를 점쳐보라고 묻자 차이가 줄어든 것이다.

이는 중국의 위상이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현실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미국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훨씬 많은 데는 그럼에도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지는 않기를 바라는 정서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앞으로 미국 대신 중국이 아시아의 질서를 주도할 가능성’을 묻자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9.9%로 절반을 넘었다. “가능성이 없다”(31.8%)는 응답의 두배 가까이 됐다.

하지만 중국이 아시아 질서를 주도할 경우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묻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78.5%에 이르렀다.

中-인도 경쟁서 “인도 지지”가 네 배  

이런 경계심과 위기감은 경쟁국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길 바라는 인식으로도 드러났다. ‘중국과 인도가 경쟁하는 경우 어느 나라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9%가 인도를, 13.1%가 중국을 택했다. 인도 지지 여론이 4배 가까이 됐다.

이와 관련, 미국이 2018년 작성한 인도ㆍ태평양 전략 문서에는 인도가 중국에 맞설 수 있도록 미국이 군사ㆍ외교적 지원을 확대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인도 경제는 최근 급부상하며 중국과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 성격의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안보 협의체)에도 참여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정서적 지지는 국익과 직결되는 안보 현안에서 압도적 대미 신뢰로 이어졌다.

북핵 문제에서 “미국과 더 협력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85.1%였다. “중국과 더 협력할 수 있다”는 14.9%로, 차이가 컸다.
한국의 안보가 위협받을 때 지원에 나설 국가를 묻자 응답자의 91.5%가 미국을 골랐다. 중국이 지원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2.8%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 열린 첫 쿼드(QUAD) 대면 정상회의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열린 첫 쿼드(QUAD) 대면 정상회의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모든 분야서 “中보다 美와 협력”

미‧중이 경쟁하는 다양한 분야별로 어느 쪽과 더 협력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도 대다수가 미국이라고 응답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 유지에 공을 들였지만, 여론의 동향은 다른 셈이다. 이는 최근 급격히 높아진 반중 정서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폭발력이 큰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적 활동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더 협력할 수 있다는 응답이 79.3%로, 중국을 택한 비율(20.7%)의 네 배 가까이 됐다. 미국이 대중 압박 기제로 삼고 있는 인권 분야나(미국 선택 95.8%), 백신 등 코로나19 관련 협력(미국 선택 96.9%)에서도 차이는 매우 컸다.

다만 무역 분야에 대한 답변에서는 격차가 다소 줄어들었다. (미국과 협력 67.5%, 중국과 협력 32.5%)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민 생명과 직결된 보건 협력이나 보편적 가치 문제인 인권과 관련해선 중국과 함께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도, 경제 분야에서는 대중 협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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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여론을 곧바로 정책에 대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맹목적 모호성 유지의 명분으로 국민 여론 등 국내정치적 상황을 내세우는 접근은 이제 큰 설득력을 지니기 어렵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차기 정부는 미‧중 간 전략 경쟁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분야별로 협력의 대상과 수준 등을 정교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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