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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삶 자체가 아시아와 연결…성장동력도 여기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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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 5월 출범하는 새 정부는 수많은 외교적 난제를 마주하게 된다.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선 국민의 생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 지지 없이는 어떤 외교 정책도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공동으로 한국의 외교 환경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민심으로 읽은 새 정부 외교과제' 시리즈를 진행한다. 여론조사 결과(1회)와 빅 데이터 분석 결과(2회), 전문가들이 꼽은 올해 아시아 11대 이슈(3회) 등을 전한다.

1회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1~12월 전국의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형식은 웹조사(문자메시지와 e메일로 url 발송)였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였다.

특별취재팀

[민심으로 읽은 새 정부 외교과제-①]

"요즘 젊은 세대의 시각은 과거와 달리 한국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동북아를 넘어 아시아 전역, 더 나아가 전 세계를 향하고 있어요."

박수진 서울대아시아연구소장은 지난 1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제는 한국인의 삶 자체가 아시아와 연결돼 있으며, 특히 2030 세대는 아시아 전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깊이 공감할 뿐 아니라 국제기구 등을 통해 적극적인 역할까지 하고자 한다"며 이처럼 밝혔다.

중앙일보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는 신년 공동기획에서 여론 조사 등을 통해 '아시아에 새로운 시대가 오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박 소장은 “아시아에 대해 제대로 인식해야 아시아가 제공하는 미래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수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장이 12일 서울대 연구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박수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장이 12일 서울대 연구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아시아연구소가 2022년 한국인의 아시아 정체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향후 한국의 성장 동력은 상당 부분 아시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이 아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파악해야 아시아가 제공하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잡을 수 있다. 최근 2030 세대의 시야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및 세계를 향하고 있으며, 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대선을 앞두고 2030 표심 경쟁이 벌어지지만 정작 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 이런 기회에 대한 수요를 반영한 정책적 비전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반중 감정이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30 세대에서 두드러졌는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뒤 중국의 태도나 김치 원조 주장 등 문화 왜곡으로 인해 과거부터 한국인에 내재돼 있던 반중 감정이 더욱 커졌다. 소셜 미디어의 특성이 반감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아시아 국가끼리는 그렇지 않아도 언어 장벽 등 소통의 어려움이 존재하는데, 한ㆍ중ㆍ일 3국 간에는 국민 감정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는 일도 잦다.”
반면 미국에 대해선 안보, 경제, 외교 등 모든 현안에 대해 지지도가 높았다.
“미국은 전후 한국의 발전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이웃인 중국, 일본과 갈등을 거듭한 한국으로선 멀리 있는 제3의, 선의의 중재자나 조력자로 미국을 인식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이 미래 산업을 주도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이 상대적으로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듯 하다.”
박수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장이 12일 서울대 연구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박수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장이 12일 서울대 연구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여론조사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대체해 아시아 질서를 재편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났는데.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현대 사회에서 한 국가가 특정 지역을 지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정 국가가 급부상하면 이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 역시 강해진다. 쿼드(Quad,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간 안보협의체) 등이 일례다. 이 밖에도 다른 역내 국가들이 추동하는 다양한 균형추가 작동해 중국의 독주를 막을 것이다.”
현재 한ㆍ일 관계가 나쁘다는 인식은 뚜렷하지만 정작 관계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는 적었다. 학계 등 민간 차원의 해법은.
“한ㆍ일은 경제적으로는 상당 부분 경쟁 관계다. 여기서도 무조건 협력하라는 건 무리다. 분야별로 서로 다른 접근법을 택해 협력이 가능한 측면에서 힘을 합치고, 민간 차원의 교류 창구는 항상 열어둬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플랫폼이 확대됐는데, 이를 양 국민 간 교류 활성화에 적용할 수 있겠다.”
북핵 문제는 이제 국민 여론의 우선 순위에 들지 못하는 경향이다.  
“한국인이 북핵ㆍ미사일 문제에 유독 둔감한 건 유의해서 볼 현상이다. 북한의 반복되는 군사 행동에 무감각해지고 피로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상이 남남갈등으로 이어지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 또 정부가 정말 북한 문제에 제대로 된 유‧무형의 자산을 투자해왔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관련국과 협력 플랫폼 및 국제적 공감대를 구축하는 게 필수인데, 현재 관련 투자는 거의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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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공유학부로 '유엔평화대학(가칭)'을 유치하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학, 학문 간 장벽을 없애고 아시아인의 지식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아시아 지역의 대학들이 연계해 전공 강의도, 학위 취득도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초기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젊은 층의 국제 무대에 대한 진출 욕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동북아 국가 간 갈등과 반목을 낮추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수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장이 12일 서울대 연구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박수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장이 12일 서울대 연구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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