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홍준표 의원 간의 회동 가능성이 무르익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인 권은희 의원이 지난주 홍 의원과 만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이 조성되는 와중에 홍 의원의 역할 가능성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권 의원은 지난 5일 홍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 신년 인사를 건넸다. 이 자리에선 ‘윤석열-안철수’ 간의 단일화 관련 이야기도 오갔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야권 관계자는 “홍 의원이 권 의원에게 ‘안 후보에게 꼭 전해달라. 2017년 대선 상황을 다시 만들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5월 제19대 대선에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41.0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24.03%로 2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1.41%로 3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6.76%로 4위였다. 2~4위를 차지한 보수 진영 후보 세 사람의 득표율을 단순 합산하면 52.2%로, 1위 문 대통령을 10%포인트 이상 앞지른다.
권 의원을 향한 이 같은 언급을 두고 정치권에선 홍 의원이 안 후보 측에 적극적인 야권 단일화 협상을 주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인 유ㆍ불리를 고려하다 야권 후보가 모두 각자 출마를 감행한 지난 대선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권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새해 인사를 나눈 자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홍준표 "뒤에서 제 할 일은 할 것"
윤 후보와 홍 의원 간의 회동 여부도 정치권의 관심거리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퇴진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이 극심한 내홍을 겪던 지난 6일, 홍 의원은 윤 후보와 이 대표 양측과 소통하며 갈등 봉합의 ‘숨은 조력자’가 됐다. 윤 후보가 먼저 연락해 홍 의원의 유튜브 채널인 ‘홍카콜라TV’ 출연을 타진했고, 홍 의원은 출연 제의를 고사하는 대신 “다음 주쯤 식사 한번 하자”고 했다는 게 양측이 전한 당시 상황이다.
다만, “홍 의원이 공개 회동을 통해 윤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방식의 장면은 연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홍 의원 측은 전했다. 윤 후보를 만나더라도 비공개로 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홍 의원도 전날 자신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 올린 ‘이 당의 특징’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제가 27년간 몸담은 이 당은 일이 잘되면 몇몇 내시들이 공을 독차지하고 일이 잘못되면 한 사람에게 독박을 씌우고 내시들은 숨는다”며 “도와주더라도 뒤에서 도와주는 형식이 맞지 앞장서서 총대 메는 바보짓은 이젠 안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이 좋은 대선 환경을 이 꼴로 만들어 놓고 덤터기나 쓰라는 판에 휩쓸리라는 것은 바보나 할 짓이다. 그러나 뒤에서 제 할 일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후보자 정보 https://www.joongang.co.kr/election2022/candidates/AhnCheol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