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혼장’ 막힌 임신부, QR 어려운 시각장애인…방역패스 강화에 불만 고조

중앙일보

입력

3일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출입문에 방역패스 적용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면적 3천㎡ 이상 대규모 점포는 오는 10일부터 새롭게 방역패스의 적용을 받는다. 연합뉴스

3일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출입문에 방역패스 적용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면적 3천㎡ 이상 대규모 점포는 오는 10일부터 새롭게 방역패스의 적용을 받는다.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10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대형마트 등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미접종자 차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마트 출입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주장이 잇따르면서다.

“장보기 막는 건…” 임신부 분노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들은 방역패스 확대가 ‘기본권 침해’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출산을 앞두고 백신 접종을 미룬 30대 임신부 A씨는 3일 “백신을 맞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져줄 사람도 없는 마당에 마트까지 못 간다니 살짝 서럽다”며 “장을 보는 건 생활을 위해 필요한데 ‘혼장(혼자 장보기)’까지 막는 건 부당하다. 설 명절에 마트까지 맘대로 못 가게 막을 것이냐”고 말했다.

맘카페 등에도 A씨와 비슷한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임신부 뭐 사러 가야 할 때 배달만 하라는 거에요?” “미접종자는 인권도 없나요” “마트까지 백신패스 도입하면 주부들 어쩌라는 건가요” 등의 비판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에도 최근 “마트·백화점 백신패스(방역패스)에 목소리를 내어달라”고 사정하는 댓글이 달렸다.

백신 부작용으로 2차 접종을 최근까지 미뤘던 20대 이모씨는 “백신을 맞지 않은 이유가 있는데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말에 영화관이나 전시도 다 못 가고 조용히 지냈는데 생필품을 살 수 있는 대형마트도 가지 못 한다면 답답할 것 같다”는 게 이씨 생각이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모든 마트가 아니라 면적 3000㎡ 이상인 대형마트에 방역패스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상점이나 수퍼마켓은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아 대체 수단이 있다는 설명이다.

“방역패스, 시각장애인 위한 배려 부족”

방역패스 유효기간 제도가 시행된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방역패스 유효기간 제도가 시행된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이날부터 방역패스에 6개월 유효기간이 적용되는 등 기술이 고도화하고 있지만,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급 시각장애인인 현대옥(61)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양주시지회장은 “방역패스는 주기적으로 같은 내용을 계속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시각장애인들은 누군가 옆에서 계속 도와줘야 한다”며 “너무 불합리하다. 시각장애인은 한번 연결되면 더는 인증이 필요 없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세를 타고 이미 생활 깊숙이 자리한 방역패스가 다른 차별을 낳았다고도 주장했다. 식당·카페 등에 들어갈 때 방역패스를 인증하려면 스마트폰 QR코드를 카메라 인식 범위 안에 정확히 가져다 대야 하는데, 시각장애인이 혼자 힘으로 이를 맞추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서다.

그는 “활동지원사가 24시간 옆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매번 도와줄 수도 없고 식당 등에 갈 때마다 사장 등 누굴 불러내야 한다. 장애인이 벼슬도 아니고 눈치가 보여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방역패스로 시각장애인 이동권이 제한되고 있다”며 “시각장애인이 불편하지 않도록 융통성을 발휘한 방역패스 제도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