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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당국 SNS에 ‘볶음밥’ 소개…"마오쩌둥 아들 모독" 들끓는다

중앙일보

입력

26일 마오쩌둥의 유일한 손자인 마오신위가 가족과 베이징 천안문광장의 마오쩌둥 기념당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웨이보캡처]

26일 마오쩌둥의 유일한 손자인 마오신위가 가족과 베이징 천안문광장의 마오쩌둥 기념당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웨이보캡처]

마오안잉 [위키피디아]

마오안잉 [위키피디아]

27일 마오쩌둥(毛澤東)을 추종하는 중국내 좌파 사이트가 쓰촨(四川)성 당 기관지 사천일보를 “영웅을 모욕했다”며 격하게 비난했다.
사건의 발단은 중공(중국공산당) 초기 지도자인 마오쩌둥의 128번째 생일이던 지난 26일 일어났다. 사천일보 운영자가 이날 오후 8시(현지시간)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독자 네티즌 한 명이 소시지 관련 요리를 공유해왔다며 “소시지 계란 볶음밥”이란 문구를 이모티콘과 고양이를 합성한 사진과 함께 게시하면서다. ‘계란 볶음밥(蛋炒飯·단초반)’은 최근 중국에서 1950년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을 풍자하는 네티즌 은어라고 홍콩 명보가 28일 보도했다.
마오쩌둥을 추종하는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인 ‘아름다운 마오 시대(美好毛時代)’는 사천일보의 해당 게시물을 캡처해 전달했다. 이어 당 기율검사위원회에 직접 고발해야 한다면서 “적은 내부에 있다”고 분노했다. 사천일보의 게시물 원본은 곧 삭제됐다.

올 6월 개관한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2층의 6·25 한국전쟁 코너에 전시된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의 유품. 왼쪽 한국전쟁에서 마오안잉이 입었던 셔츠에는 실물임을 뜻하는 ‘일급문물’ 표시를 해놨다. 신경진 기자

올 6월 개관한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2층의 6·25 한국전쟁 코너에 전시된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의 유품. 왼쪽 한국전쟁에서 마오안잉이 입었던 셔츠에는 실물임을 뜻하는 ‘일급문물’ 표시를 해놨다. 신경진 기자

‘마오 시대’ 계정은 또 “당의 신문이라는 사천일보가 항미원조(한국 전쟁을 일컫는 중국식 용어)에서 희생한 마오 주석의 큰 아들 마오안잉 열사를 먹칠했다”며 “신경보의 뤄창핑(羅昌平) 탐사보도 팀장보다 악랄함의 정도가 훨씬 엄중하다”고 비난했다. 뤄창핑은 지난 10월 중국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에서 얼어 죽은 중국군 병사를 어리석다고 지적했다가 논란 속에 형사 처분 당했다. 계정은 이어 ‘사천일보’의 제호는 1952년 당시 리징촨(李井泉) 쓰촨성장이 마오쩌둥에게 청해 받은 것이라면서 “조상을 어떤 낯으로 보려하는가”라고 비난했다.

마오쩌둥의 128번째 생일이던 지난 26일 사천일보 웨이보에 '소시지 계란 볶음밥'이라는 문구가 적힌 게시물. 마오쩌둥을 추종하는 좌파 SNS는 이 게시물을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을 모독했다며 비난했다.

마오쩌둥의 128번째 생일이던 지난 26일 사천일보 웨이보에 '소시지 계란 볶음밥'이라는 문구가 적힌 게시물. 마오쩌둥을 추종하는 좌파 SNS는 이 게시물을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을 모독했다며 비난했다.

볶음밥 논란의 주인공인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은 1950년 11월 25일 한국전쟁에 참전해 북한내 중국군 사령부에서 공습으로 사망했다. 공습 당시 작전실 내부 상황에 대해 마오안잉이 당시 군 배식이 나쁘다며 기율을 위반하고 펑더화이(彭德懷·팽덕회) 사무실에서 “계란을 넣고 쌀밥을 볶았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이에 대해 이후 중국 당국과 군 관계자는 공식 반박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 네티즌들은 마오안잉의 기일과 마오쩌둥의 생일 즈음에는 각별히 ‘볶음밥’ 언급에 주의하고 있다. 당국이나 관영 매체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 10월에도 ‘볶음밥’을 언급했던 한 네티즌이 마오안잉을 조롱했다는 혐의로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시 공안국에 끌려가 열흘간 행정구류를 당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사천일보 마오 생일에 ‘계란볶음밥’ #마오 추종자 “적은 내부에” 맹비난 #마오 장남 폭사 당시 볶음밥 요리說 #마오 생가에 모탄절 순례 수만 인파

마오 생일 맞춰 국가항천국장 달토양 헌정식
한편 지난 26일 128주기 마오 생일을 맞아 후난(湖南) 사오산(韶山)의 마오 생가에는 수만 명의 마오 추종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성탄절 대신 모탄절(毛誕節)을 기념했다고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가 전했다. 특히 마오의 생일을 하루 앞둔 25일에는 지난해 중국의 자체 달 탐사선 항아(嫦娥) 5호가 채취해 온 달의 토양을 새로 세운 보존기지에 보관하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장커젠(張克儉) 중국 국가항천국 국장은 “마오 주석의 ‘구천에 날아올라 달을 따다(可上九天攬月·가상구천람월)’는 숙원을 풀었다”고 말했다. 마오의 ‘달을 따다’는 구절은 그가 지은 ‘수조가두·중상정강산(水調歌頭·重上井岡山)’라는 시에 나온다.
또 26일에는 선저우(神舟) 13호에 머물고 있는 중국 우주인이 두 번째 우주선 밖 활동을 펼쳤다. 일부 네티즌은 마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택일이라고 풀이했다.
마오쩌둥의 유일한 손자인 마오신위(毛新宇)도 26일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가족과 함께 마오쩌둥의 시신이 안치된 천안문광장의 마오쩌둥 기념당을 방문했다고 둬웨이가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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