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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미술관서 보는 테이트 소장품…터너와 모네, 터렐을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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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미술관 '빛: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에 관람객들이 존 마틴의 작품을 보고 있다. [사진 이은주]

북서울미술관 '빛: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에 관람객들이 존 마틴의 작품을 보고 있다. [사진 이은주]

북서울미술관 '빛: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전시장. [사진 북서울미술괸]

북서울미술관 '빛: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전시장. [사진 북서울미술괸]

"북서울미술관이 어디 있나요?"

최근 한 SNS에 올라온 질문이다. 북서울미술관은 서울시립미술관 중 한 곳으로 2013년 9월에 개관했지만, 아직도 이곳을 모르는 사람들이 적잖다. 서울 지하철 7호선 하계역에서 3분 남짓한 거리에 자리한 북서울미술관에 최근 관람객 방문이 크게 늘었다. 개관 전 판매한 '얼리 버드' 티켓 3만장을 포함해 현재까지 티켓 4만장이 판매됐다. 2019년 35만 명이 관람한 '데비이드 호크니' 전의 얼리 버드 티켓 판매 기록과 맞먹는 기록이다.

'빛: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근대명화,현대 설치·사진 #'빛' 주제 43인 작가 110점

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 테이트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빛: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이 지난 21일 북서울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조지프 말리드 윌리엄 터너(1775~1851)와 존 컨스터블(1776~1837), 클로드 모네(1840~1926) 등 근대미술 거장부터 아니쉬 카푸어(67), 올라퍼 엘리아슨(58), 제임스 터렐(78) 등 동시대 대표 작가들까지 43인의 작가 작품 110점을 이곳에서 전시 중이다. 해외여행을 떠나야 접할 수 있던 걸작들이 서울로 찾아온 것이다.

'빛'으로 보는 미술사 

 존 브렛, 도싯서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 1871, 캔버스에 유채. [사진 북서울미술관]

존 브렛, 도싯서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 1871, 캔버스에 유채. [사진 북서울미술관]

이 전시는 지난 7월 중국 상하이 푸동미술관 개관전에 이어 서울에서 열린 순회전이다. 18세기 풍경화, 19세기 인상주의 회화, 20세기 사진, 21세기 설치미술까지 아우른다. 200여 년에 걸쳐 흩어져 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빛'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모았다. 오연서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16개 섹션으로 나눠 작품을 배치하며 대체로 전통적인 미술사 흐름을 중시했다"면서 "그러나 18~19세기 평면 작품과 동시대 설치 작품을 함께 배치해 감상의 폭이 확장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빛의 인상'이라는 타이틀을 단 전시실에 모네의 회화와 현대미술 거장 야요이 쿠사마(92)의 설치작품을 함께 배치한 식이다. 전시장 입구에선 백남준(1932~2006)의 '촛불TV'(1975·1999)가 관람객을 맞는다. 국내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이지만, '촛불'과 'TV'라는 모티프를 통해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디지털 시대를 함께 아우르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 특별히 추가됐다.

'풍경화 거장' 윌리엄 터너  

'대홍수'를 주제로 한 터너의 작품이 나란히 걸린 북서울미술관. [사진 북서울미술괸]

'대홍수'를 주제로 한 터너의 작품이 나란히 걸린 북서울미술관. [사진 북서울미술괸]

윌리엄 터너, 빛과 색채(괴테의 이론)-대홍수 후의 아침, 1843년 전시, 78.7x78.7cm. [사진 북서울미술관]

윌리엄 터너, 빛과 색채(괴테의 이론)-대홍수 후의 아침, 1843년 전시, 78.7x78.7cm. [사진 북서울미술관]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작가가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작가 중 한 명이 '빛의 화가'라 불린 터너다. 터너는 역사화·풍경화·해양화의 거장으로, 영국 비평가 존 러스킨은 그를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렀다. 그는 누구보다 정교하게 빛과 색의 효과를 연구하며 캔버스에 자연 색조와 대기의 기운을 담아내는데 '진심'이었다. 전시에선 성서에 나오는 '대홍수'를 주제로 그린 두 점의 회화를 비롯해 '호수에 지는 석양'(1840년 경) 등 터너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다. 30년간 영국왕립미술아카데미 교수로 강의한 터너가 원근법과 빛의 명암, 반사효과 표현 등 수업을 위해 준비했던 드로잉 작품 또한 함께 볼 수 있다.

모네, 보험가액만 500억원

보험가액 500억원인 모네의 '엡트강 가의 포플러',1891, 캔버스에 유채.[사진 북서울미술관]

보험가액 500억원인 모네의 '엡트강 가의 포플러',1891, 캔버스에 유채.[사진 북서울미술관]

터너의 기법을 면밀히 연구한 클로드 모네(1840~1926)를 비롯해 카미유 피사로(1830~1903)와 알프레드 시슬레(1839~1899) 등 인상파 작가들의 풍경화 또한 근대명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다. 작은 화면에 상쾌한 빛이 가득한 시슬레의 '작은 초원의 봄'(1880)과 피사로의 풍경화 '르아브르의 방파제'(1903)가 주는 감동이 생각보다 크다. 한편 모네의 '포흐빌레의 센강'( 1894 )과 나란히 전시된 '엡트강 가의 포플러'(1891)는 보험평가액만 500억원으로 이번 전시작 중 최고를 기록했다.

전시장 바닥이 작품이라고? 

'실내의 빛' 전시장 모습. 카펫 자체가 필립 파레노의 '저녁 6시'란 설치작품이다. [사진 이은주]

'실내의 빛' 전시장 모습. 카펫 자체가 필립 파레노의 '저녁 6시'란 설치작품이다. [사진 이은주]

윌리엄 로덴슈타인, 엄마와 아기, 1903, 캔버스에 유채, 96.9x76.5cm. [사진 이은주]

윌리엄 로덴슈타인, 엄마와 아기, 1903, 캔버스에 유채, 96.9x76.5cm. [사진 이은주]

단 4개의 작품만 전시되는 '실내의 빛'이란 제목의 방도 주목해야 한다. 분명히 4점이 있다고 했는데 벽엔 세 점의 그림만 걸려 있다. 나머지 하나는 전시장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펫 그 자체다.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58)의 '저녁 6시'란 설치작품이다. 언뜻 보면 카펫 바닥에 창문 그림자가 비친 것으로 보이지만, 관람객들은 나중에 공간에 창문이 없는 것을 확인하며 파레노 작가의 재치에 감탄한다. 빌헬름 함메르쇼이(1864~1916)의 '실내, 바닥의 햇빛'(1906), 윌리엄 로덴슈타인(872~1945)의 '엄마와 아기'는 일상의 빛이 주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전한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우주 먼지

한 관람객이 올라퍼 엘리아슨의 '우주 먼지 입자'를 관람하고 있다. 김상태 작가 촬영. [사진 북서울미술관]

한 관람객이 올라퍼 엘리아슨의 '우주 먼지 입자'를 관람하고 있다. 김상태 작가 촬영. [사진 북서울미술관]

세계적인 설치작가 올라퍼 엘리아슨(54)의 '우주 먼지 입자'(2004)도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엘리아슨은 빛을 활용한 조각과 대형 설치작품으로 특정 공간에서의 경험을 극대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도 먼저 전시를 찾았던 많은 관람객은 존 브렛(1831~1902)의 '도싯서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해협'(1871) 등을 가장 인상 깊은 작품 중 하나로 언급하고 있다.

화상 통화로 작품 설치 

페이 화이트의 '매달려 있는 조각' , 2004, 종이와 실. [사진 이은주]

페이 화이트의 '매달려 있는 조각' , 2004, 종이와 실. [사진 이은주]

이번 전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상회의'로 준비됐다. 테이트 관계자들은 한국에 방문하지 않고 화상을 통해 전시장 공간 조성과 작품 배치에 관여했다. 미술관과 작가들과의 소통도 마찬가지였다. 오 큐레이터는 "엘리아슨 스튜디오는 천장과 벽으로부터 작품까지의 정확한 거리와 조명 위치까지 체크하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5월 8일까지. 관람료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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