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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몰랐던 아이 웨이웨이, 그를 이해하기 위한 5가지 키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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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포르투갈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아이 웨이웨이. [사진 Ai weiwei Studio]

현재 포르투갈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아이 웨이웨이. [사진 Ai weiwei Studio]

대나무로 연을 만드는 중국 전통 기법으로 제작된 설치작품 '옥의'(2015).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대나무로 연을 만드는 중국 전통 기법으로 제작된 설치작품 '옥의'(2015).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마당에 설치된 '6m 높이의 설치작품 '나무'. 중국 남부 산악지대에서 수집한 죽은 나무 가지와 뿌리, 그루터기 등을 조합한 작품이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마당에 설치된 '6m 높이의 설치작품 '나무'. 중국 남부 산악지대에서 수집한 죽은 나무 가지와 뿌리, 그루터기 등을 조합한 작품이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내 자신이 바로 국제 이슈다. 내 생명, 내가 처한 상황이 세계적 문제의 일부다." 

중국 출신 작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64)의 말이다. 1990년대부터 표현의 자유와 난민의 삶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온 그는 고국에서 늘 마찰을 빚어왔다. 체포와 가택연금, 구속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가 누군가. 2009년 쓰촨성 대지진 관련 발언으로 환경운동가 탄줘런이 청두에서 재판받을 때, 청두까지 달려가 새벽 5시에 경찰에 연행되는 와중에도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찍은 '셀카' 작품('조명')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작업실에 틀어박혀 창작에만 집중하는 작가와 거리가 멀다. 블로그, 트위터, 유튜브 등 SNS로도 모자라 세계 언론과의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말하자면 '표현할 자유'에 모든 걸 다 건 작가, 그가 아이 웨이웨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인간미래'전 #설치, 영상, 사진 등 126점 공개 #인권, 난민, 표현의 자유 주제 #

세계적 미술가이자 영화감독, 건축가, 행동가인 그의 개인전 '아이 웨이웨이:인간미래'가 1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했다. 예술가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그이지만, 국내에선 그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126점은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면모를 처음으로 폭넓게 보여준다. 그는 어떤 작가인가. 왜 그토록 중국에 불편한 작가가 되었으며, 무엇이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만들었을까. 다섯 가지 키워드로 그를 들여다봤다.

경계없는 작업 

전시에서 만나는 그의 정체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종횡무진(縱橫無盡)하는 이단아 그 자체다. 회화와 사진, 영상, 건축, 설치, 도자, 출판 등 장르를 거침없이 넘나든다. 세계적인 건축가 헤르조그 & 드 뫼롱과 함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했는가 하면 2008년 쓰촨 대지진 때는 온라인으로 자원 봉사자를 모집하고 시민조사단을 구성해 총사상자 수와 희생자 이름을 기록했다. 지난해 로마에선 새롭게 각색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내년 공연 예정)를 만들고 있었다. 이후 팬데믹과 관련해 우한 코로나 상황을 다룬 '코로네이션(Coronation)' 등 다큐 3편을 제작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다큐를 만드는 이유를 그는 "다른 건 없다. 역사에 증언을 남기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가의 경계도 그에겐 큰 의미가 없다. 이번 전시에 앞서 한국 기자들과 서면 인터뷰에서 "나는 지금 포르투갈에 살고 있고, 얼마 전 이탈리아에 다녀왔다. 작업 때문에 영국과 독일에도 자주 간다. 나는 떠도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벽지 설치작품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2015). 구금생활을 하며 CCTV에 감시당하는 동안 자신에게 외부와 연결하는 통로가 되어 주었던 트위터의 상징인 새와 수갑, 카메라 등의 이미지를 조합해 만든 작품이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벽지 설치작품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2015). 구금생활을 하며 CCTV에 감시당하는 동안 자신에게 외부와 연결하는 통로가 되어 주었던 트위터의 상징인 새와 수갑, 카메라 등의 이미지를 조합해 만든 작품이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한 프로젝트 사진 시리즈 '원근법 연구'를 빼놓고 그를 논할 수 없다. 톈안먼(天安門) 광장 앞에서 가운뎃손가락을 내미는 행위를 사진으로 발표한 이후 백악관 등 전 세계 역사적 기념물 앞에서 계속해온 작업이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 국가보안법 아래 홍콩 정부 산하의 문화기구는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서 "중국은 1949년 신정부 수립 이래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만을 허용해왔다"고 비판했다.

문화혁명 

그는 1957년 베이징 출신이다. 아버지 아이칭은 중국의 유명 시인이었다. 문화혁명 때 아버지가 하방(下放, 도시 청년과 지식인을 농촌으로 보낸 정치 운동)돼 중국 서부 신장 지역에서 자랐다.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당시 아버지에겐 읽기와 쓰기가 금지됐다. 책을 소유하는 일이 반혁명, 반공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시집과 소설책을 모두 불태워야 했다"며 "(그 일은) 내게 종이에 인쇄된 단어와 그 사이에 있는 이미지가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고 말했다.

도발하는 전통  

무라노 유리 공예기법으로 제작한 '검은 샹들리에'(2017~2021).[사진 Ai weiwei Studio]

무라노 유리 공예기법으로 제작한 '검은 샹들리에'(2017~2021).[사진 Ai weiwei Studio]

3.1m 높이의 '난민 모티프의 도자기 기둥. 각 항아리엔 난민의 실상이 그려져 있다. [사진 이은주]

3.1m 높이의 '난민 모티프의 도자기 기둥. 각 항아리엔 난민의 실상이 그려져 있다. [사진 이은주]

전통적인 청화백자 기법으로 만든 도자기에 현대사회 난민 이야기를 담은 작품. [사진 이은주]

전통적인 청화백자 기법으로 만든 도자기에 현대사회 난민 이야기를 담은 작품. [사진 이은주]

레고 블럭을 조합해 만든 십이지신 두상 회화. [사진 이은주]

레고 블럭을 조합해 만든 십이지신 두상 회화. [사진 이은주]

1981년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마르셀 뒤샹, 앤디 워홀 등의 작품을 접하며 현대미술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확립해 나갔다. 그에겐 전통과 현대의 경계도 무색하다. 베니스 무라노 유리공예, 중국 도자기 생산지 징더전(景德鎭) 청화백자 기법을 과감하게 현대미술과 결합하는가 하면, 레고 블록으로 대형 십이지신 두상 평면 작품을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3.1m 높이의 ‘난민 모티프의 도자기 기둥’엔 조각배에 몸을 싣고 바다를 떠도는 현대 난민들의 모습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전통 매체를 활용하되 현대 사회 이슈를 도발적으로 제기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유리공예 기법으로 제작된 '검은 샹들리에'도 눈여겨볼 작품. 그는 "이 작품은 사람의 두개골과 인체의 골격을 가지고 만들었다"며 "이는 죽음에 직면한 어둠 속에 있는 인류를 묘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민과 인권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난민들이 벗고 간 구명조끼를 연결해 만든 설치 작품 '구명조끼 뱀'. [사진 이은주]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난민들이 벗고 간 구명조끼를 연결해 만든 설치 작품 '구명조끼 뱀'. [사진 이은주]

난민과 인권에 대한 관심도 집요하다. '빨래방'은 전시장 한 공간을 2016년 그리스·마케도니아 국경의 난민 캠프에서 수집한 난민들의 옷과 신발로 채웠다. 당시 그리스 정부가 난민들을 이동시키자 그는 캠프에 남겨진 물품을 베를린 스튜디오로 운반해 세탁, 수선하고 다림질한 뒤 목록을 만들었다. 또 난민들이 레스보스 섬에서 남긴 구명조끼 140벌을 연결해 설치작품 '구명조끼 뱀'을 만들었다.

이런 여정은 아이 웨이웨이의 예술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예술은 문제와 모순으로부터 나오고 이것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이라며 "정치 환경이 엄혹한 상황에서 작품을 만들지 못한다면 예술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4월 17일까지.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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