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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부르주아, 알렉스 카츠··· 현대미술 거장 전시 나란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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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Katz 노란 붓꽃, 2011 Oil on linen 101.6 x 127 cm. Paul Takeuchi 촬영. [사진 타데우스 로팍]

Alex Katz 노란 붓꽃, 2011 Oil on linen 101.6 x 127 cm. Paul Takeuchi 촬영. [사진 타데우스 로팍]

루이스 부르주아, LEAVES (#4)〉 2006 Etching, gouache, watercolor, pencil, ink, colored pencil and fabric on paper 151.8 x 49.5 cm © The Easton Foundation. Timothy Doyon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루이스 부르주아, LEAVES (#4)〉 2006 Etching, gouache, watercolor, pencil, ink, colored pencil and fabric on paper 151.8 x 49.5 cm © The Easton Foundation. Timothy Doyon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 알렉스 카츠(94) 등 현대미술 두 거장의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요즘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예 폴란드계 독일작가 알리시아 크바데(42)의 전시도 최근 개막했다. 세계 미술계에서 작품성으로 인정받고 또 수퍼 컬렉터들이 앞다퉈 소장하고 싶어하는 스타 작가들의 전시다. 크바데는 이제 국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40대 작가이지만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페이스 서울과 독일 갤러리 쾨닉 등 두 갤러리가 서울서 동시에 전시를 연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현대미술 거장 부르주아부터 #94세 카츠, 신예 크바데까지 #국제 미술시장 트렌드 한눈에 #"관람객, 컬렉터 볼거리 풍성 #국내 작가들 해외 더욱 알려야"

올해 오스트리아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독일 갤러리 쾨닉이 동시에 서울에 지점을 내면서 해외 '핫 트렌드'가 더 빠른 속도로 국내에 유입되고 있다.

'작가들의 작가' 부르주아  

이스 부르주아, 거울, 1998 Cast and polished aluminum, wall piece 228 x 91.4 x 106.7 cm © The Easton Foundation, Christopher Burke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이스 부르주아, 거울, 1998 Cast and polished aluminum, wall piece 228 x 91.4 x 106.7 cm © The Easton Foundation, Christopher Burke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루이스 부르주아, TURNING INWARDS SET #4 (THE SMELL OF EUCALYPTUS (#1)), 2006 Etching on paper 149.9 x 87.3 cm © The Easton Foundation. Ken Adlard 촬영.[사진 국제갤러리]

루이스 부르주아, TURNING INWARDS SET #4 (THE SMELL OF EUCALYPTUS (#1)), 2006 Etching on paper 149.9 x 87.3 cm © The Easton Foundation. Ken Adlard 촬영.[사진 국제갤러리]

프랑스 태생의 미국 작가 부르주아 개인전은 국제갤러리에서 16일 개막했다. 국제는 국내 화랑 중 최선두에서 해외 스타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곳이다. 이번 전시는 이 갤러리에서 열리는 부르주아의 여섯 번째 개인전으로 2012년에 이어 10여 년 만의 전시다.

미술계에서 부르주아 (1911∼2010)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전 생애에 걸친 독보적인 예술적 실험과 도전으로 현재 활동하는 미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힌다. 국내 미술팬들에겐 서울 리움미술관 야외에 전시됐던 거대한 거미조각 '마망(maman· 프랑스어로 ‘엄마'라는 뜻)의 작가로 익숙하다.

이번 전시는 부르주아가 생애 마지막 10여년간 작업한 일련의 종이 작품군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일부 조각도 선보이지만 전시작의 주축은 하나의 연작인 '내면으로 #4 Turning Inwards Set #4'를 구성하는 39점의 대형 판화(소프트그라운드 에칭)들이다. 대부분 신체의 장기 혹은 씨앗이나 열매 같기도 한 곡선의 모티프가 섬세하게 새겨진 작품들이다.

어릴 때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안타까운 삶을 지켜본 부르주아는 '여성' '모성'을 화두로 작업하며 자신의 삶을 치유했다. "거미는 내 어머니께 바치는 헌사"라고 밝힌 바 있듯이 그의 작품엔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새겨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잎사귀' '너울' '통로들' 등 '모성'과 '삶과 죽음' 등 자연의 순환을 강조한 작품들이 거미조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르주아의 세계를 보여준다. 전시는 내년 1월 30일까지.

'94세 거장' 카츠의 꽃  

알렉스 카츠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전시장. [사진 타데우스 로팍]

알렉스 카츠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전시장. [사진 타데우스 로팍]

Alex Katz 아이리스, 2019 Oil on linen 182.9 x 121.9 cm. Tom Van Eynde 촬영. [사진 타데우스 로팍]

Alex Katz 아이리스, 2019 Oil on linen 182.9 x 121.9 cm. Tom Van Eynde 촬영. [사진 타데우스 로팍]

Alex Katz 밀짚 모자 2, 2021 Oil on linen 121.9 x 243.8 cm.. Paul Takeuchichi 촬영. [사진 타데우스 로팍]

Alex Katz 밀짚 모자 2, 2021 Oil on linen 121.9 x 243.8 cm.. Paul Takeuchichi 촬영. [사진 타데우스 로팍]

미국 작가 카츠의 개인전은 지난 10월 서울 한남동에 처음으로 문을 연 오스트리아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고 있다. 카츠의 작품세계는 2018년 롯데뮤지엄, 2019년 대구미술관 등에서 조명된 바 있지만, '꽃' 하나에 집중한 전시가 주는 감흥이 새롭다. 올해 94세인 작가가 팬데믹 시기에 새롭게 그린 꽃 그림까지 함께 소개한다.

카츠는 인물 회화로 유명하지만 단순화된 화면 구성과 강렬한 색조가 돋보이는 작가 특유의 화법은 꽃 그림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마치 클로즈업해 찍은 광고 사진처럼 과감하게 배경 묘사를 생략하고 꽃의 음영 더욱 강하게 부각한 그만의 이 독창적인 화법은 앙리 마티스를 지속해서 탐구하고, 영화와 빌보드 광고, 음악, 시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으며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7년생인 카츠는 내년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앞두고 있다. 내년 2월 5일까지.

'1979년생 크바데' 돌풍  

알리시아 크바데의 설치작품 ' Hemmungsloser Widerstand (Unrestrained Resistance)'. 2021, 거울, 자연석, 강화유리. [사진 쾨닉갤러리]

알리시아 크바데의 설치작품 ' Hemmungsloser Widerstand (Unrestrained Resistance)'. 2021, 거울, 자연석, 강화유리. [사진 쾨닉갤러리]

알리시아 크바데, , Siège du Monde (Seat of the World), 2021.브론즈. [사진 쾨닉갤러리]

알리시아 크바데, , Siège du Monde (Seat of the World), 2021.브론즈. [사진 쾨닉갤러리]

알리시아 크바데 시곗바늘 연작 중 하나. Entropie (71 Days 12 Hours), 종이에 시계바늘 [사진 쾨닉갤러리]

알리시아 크바데 시곗바늘 연작 중 하나. Entropie (71 Days 12 Hours), 종이에 시계바늘 [사진 쾨닉갤러리]

"미쳤다." 현재 쾨닉과 페이스, 두 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리며 근작 30여점을 선보이는 알리시아 크바데 작품을 보면 이런 탄성이 절로 나온다. 거대한 화면에 얇은 시계 침을 정교하게 하나하나 배열하는 방식만으로도 시각적으로 강렬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솜씨 때문이다. 전시장 한가운데 12개의 돌덩이와 거울을 나란히 배치한 방식만으로도 관람객으로 사로잡는다.

주제의식도 뚜렷하다. 크바데는 시계침과 돌, 세라믹, 유리와 브론즈 등 다양한 재료를 넘나들며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고 구성하는 과정을 자유분방하게 탐색한다. 시계 침을 작가가 정한 규칙에 따라 촘촘하게 배열한 시곗바늘 연작도 매우 감각적이다. 물방울을 수면에 떨어뜨렸을 때 나타나는 파동, 충격에너지 등을 반영해 시곗바늘을 배열한 것이다.

현재 독일에서 작업하고 있는 크바데는 2015~2016년 퍼블릭 아트 펀드 커미션으로 뉴욕 센트럴 파크에 '어게인스트 더 런'을 설치했으며,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옥상 정원에도 커미션 작품이 설치됐다. 파리 퐁피두 센터,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상하이 유즈 미술관 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22일까지.

"한국 작가 알리는 노력도 절실"

갤러리 네 군데에서 열리는 해외 스타 작가들의 전시로 미술팬들에겐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구매력 있는 컬렉터들에게는 해외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몰려왔으니 작품 선택의 폭은 더욱 커졌다. 더불어 일각에선 "국내 작가들을 국제무대에 알리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내의 한 중견 작가는 "미술계 전시 콘텐트가 풍부해지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라면서도 "지금이야말로 국내 컬렉터들이 더욱 성숙한 시선으로 한국 작가들 작품에도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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