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장 ‘판’이 바뀌었다…빅이슈 쏟아진 2021 반‧디‧폰 10대 뉴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스1]

[뉴스1]

올해 글로벌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반‧디‧폰)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부품 쇼티지(부족) 사태에도 선전했다. 삼성전자의 20조원 미국 현지 투자, 공급망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 등 글로벌 뉴스도 많았다.

26일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5.6% 증가한 5530억 달러(약 65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은 전년 대비 11%(DSCC 추정), 스마트폰 판매량은 같은 기간 4.5% 증가(카운터포인트리서치 추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특히 올해 반‧디‧폰 업계에는 향후 시장 판도를 바꾸고 향방을 가늠할 만한 굵직한 뉴스가 많았다. 중앙일보는 국내외 시장조사업체, 경제연구기관과 관련 업계 의견을 종합해 ‘2021년 반‧디‧폰 시장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➀ 1년도 못 간 메모리 수퍼 사이클  

올해 1월 D램 반도체 (PC용 DDR4 8Gb 기준) 가격은 8개월 만에 반등했다. 상승세는 10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수퍼 사이클’로 불리기 힘든 짧은 상승기였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불확실한 경기 전망, 반도체 제조업체와 고객사의 재고 미스 매칭, 메모리 반도체 응용처의 다변화, 공급업체의 수급 조절 능력 향상 등이다. 상승 사이클이 짧아진 만큼 다음 하락 사이클도 단기에 끝날 수 있다. 시장이 변했다는 얘기다. 관련 업계에선 내년 2분기까지 가격 하락 후 3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➁ 삼성 美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투자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확정했다.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삼성 입장에선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세계 1위 파운드리인 대만 TSMC 추격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이 내년 상반기에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 기반의 3나노 제품으로 애플·퀄컴·AMD 같은 미국의 대형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양산 능력과 수율을 보여준다면, 테일러 공장은 파운드리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거점’이 될 수 있다.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애벗 주지사 트위터 캡처]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애벗 주지사 트위터 캡처]

➂ 인텔 파운드리 재진출 선언과 증설 경쟁  

지난 3월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향후 10년간 950억 달러(약 110조원)라는 공격적인 투자 방안도 제시했다.

인텔의 재진출로 파운드리 시장 셈법은 복잡해졌다. 미세공정과 증설 경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시장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는 물론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키파운드리를 인수하고 파운드리 역량 강화에 나섰다. 애플과 테슬라‧구글‧MS‧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이 반도체 자체 설계에 나서면서 파운드리 간 수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➃ 바이든이 쏘아 올린 반도체 전쟁

올해 미국을 비롯해 중국‧유럽연합(EU)‧일본‧대만 정부는 반도체 지원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반도체 부족 사태에 공급망 불안이 더해지면서 반도체 자립은 주요 국가의 핵심 정책 어젠다가 됐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은 ‘미국 반도체 부흥’ 정책을 밀어붙였다. 삼성전자는 여러 차례 백악관에 불려가 미국 내 투자는 물론 내밀한 정보 제공 압박을 받았다. 이런 흐름 속에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칭화유니는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국유화 수순을 밟고 있고, 글로벌 반도체 업체 간 인수‧합병(M&A) 시도는 무산되거나 제동이 걸렸다. 법률과 예산이 본격 집행되는 내년엔 각국의 반도체 국수주의가 더욱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서밋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서밋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➄ LG전자, 26년 만에 스마트폰 시장 종료 

지난 7월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발을 뺐다. 2%에 불과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 누적되는 적자, 이로 인한 기업 가치 하락 등 철수의 이유는 분명했다.

시장은 반겼다. 오히려 ‘너무 늦은 결정’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의 빈자리는 삼성전자보다는 애플과 샤오미‧비보‧오포 등 중국 브랜드가 더 챙겼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14%포인트 오른 85%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LG 철수의 열매를 쓸어 담았다.

서울시내 한 전자제품 매장에 LG 휴대폰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서울시내 한 전자제품 매장에 LG 휴대폰이 진열돼 있다. [뉴스1]

➅ 삼성, 3세대 폴더블폰 기대 이상 흥행  

올해는 ‘폴더블폰의 가능성’을 확인한 해였다. 삼성이 9월 출시한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3‧폴드3는 ‘삼 세 번’ 만에 시장 예상을 웃도는 흥행에 성공했다. 삼성이 주도한 폼팩터(외관) 혁신이 주목을 받으며 오포와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도 앞다퉈 폴더블폰을 출시했거나 선보일 예정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890만 대 규모인 폴더블폰 시장이 내년에는 1690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에도 폴더블폰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를 갓 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삼성전자의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3'과 '갤럭시Z 플립3'의 예약판매가 시작됐다. 사진은 본 기사와 관계 없음 〈뉴시스〉

지난 17일 삼성전자의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3'과 '갤럭시Z 플립3'의 예약판매가 시작됐다. 사진은 본 기사와 관계 없음 〈뉴시스〉

➆ 1년 내내 지속된 부품 쇼티지

올해 내내 지속된 부품 부족 사태는 스마트폰 시장 발목을 잡았다. 연초 14억8000만 대 수준으로 예측됐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올해 13억3800만~13억3900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베트남 공장 생산 차질을 빚은 삼성전자는 물론 샤오미와 애플 등도 타격이 컸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하반기에 부품 부족 사태가 완화되며 급격한 회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여전히 힘든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스마트폰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지속하며 스마트폰 제조 원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➇ 화웨이 퇴출과 샤오미 급부상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한 미국의 화웨이 제재(자회사인 하이실리콘 포함)는 올해 들어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해 2분기 15%였던 화웨이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올 3분기 2%까지 급락했다. 그 자리는 중국 샤오미와 비보‧오포가 휩쓸었다.

중국 시장에선 비보와 오포가 시장 1~2위로 등극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샤오미의 선전이 도드라졌다. 샤오미는 올 2분기 유럽과 인도 시장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에선 애플이 화웨이 공백을 파고들며 10월 중국 프리미엄폰 시장 1위에 올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➈ 삼성‧LG LCD 시장 철수 연기 

지난해 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철수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LCD 가격이 급등하면서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하려 했던 두 회사 모두 공장을 계속 돌렸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먹을 게 남은 시장에서 무작정 철수하기보다는 셧다운을 연기하는 게 옳은 결정이었다”며 “다만 LCD 가격이 하락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완전히 철수하고, LG디스플레이 역시 LCD 생산용량을 대폭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왼쪽)과 LG디스플레이 공장 전경 [사진 각사]

삼성디스플레이(왼쪽)과 LG디스플레이 공장 전경 [사진 각사]

➉ 삼성전자, OLED TV 시장 진출 가시화 

지난달 말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Q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 내년 초 QD-OLED TV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영원히 OLED는 안 할 것”이라던 삼성의 기조가 바뀐 셈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엔 또 하나의 ‘태풍의 눈’이 움직이기 시작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중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받아 TV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업계에선 삼성의 OLED TV 출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