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임보다 262일 더 긴 1736일 옥살이, 건강 나빠 자주 입원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68호 05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구속에서 석방까지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이 발표되자 지지자들이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이 발표되자 지지자들이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정부가 24일 발표한 ‘2022년 신년 특별사면’ 대상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는 31일 0시부터 공식적으로 자유의 몸이 된다. 2017년 3월 31일 구속수감된 이래 약 4년 9개월, 1737일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으로 재임 4년여 만에 파면돼 재임 기간보다 수감 생활을 262일 더 오래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역대 국가 원수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을 감옥에서 보내기도 했다. 노태우(768일)·전두환(751일) 전 대통령보다 수감 기간이 훨씬 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2018년 3월 22일 수감된 이후 보석과 재구속 등의 과정을 거쳤는데 현재까지는 박 전 대통령의 수감 기간에 미치지 못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18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후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임기 5년을 채우지 못하고 파면됐다. 취임일로부터 4년 14일, 1475일째였다.

관련기사

같은 해 4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하고 다음 달 공판이 시작된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재판만 약 3년 9개월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재임 시절 측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함께 대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강요하고, 삼성으로부터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지원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았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고, 2심은 일부 뇌물 혐의에 대해 추가로 유죄를 인정해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으로 형을 가중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8월 공직선거법에 따라 특가법상 뇌물 혐의는 분리 선고돼야 한다며, 원심에서 경합범으로 합쳐 선고한 만큼 다시 판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도 2018년 추가 기소됐다. 1심은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 판단했지만, 뇌물 혐의는 무죄로 봐 징역 6년에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일부는 국고손실 혐의로, 일부는 업무상 횡령 혐의를 인정해 징역 5년에 추징금 27억원을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2019년 11월 원심에서 무죄로 본 국고손실 혐의를 모두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지난해 7월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한 뒤, 박 전 대통령에게 총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14일 원심을 확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옛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도 징역 2년의 형량을 받았었다. 이를 더해 박 전 대통령은 총 22년의 형량을 확정받았다. 사면 없이 형기를 마쳤다면 2039년에나 출소가 가능했다. 박 전 대통령이 87세가 되는 해다.

반면 이날 진보 성향의 대학생 단체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규탄했다. [뉴스1]

반면 이날 진보 성향의 대학생 단체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규탄했다. [뉴스1]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외부 병원과 구치소를 오가며 어깨와 허리디스크 치료 등을 받아 왔는데, 최근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고 한다. 친박근혜계 정당인 우리공화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당장 퇴원이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안 좋다. 특히 오른쪽 어깨나 치아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엔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삼성서울병원 측에서 오는 2월 1일까지 6주간 치료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병원 인근 길목에는 “박근혜 대통령 사면 대환영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사면 환영’ 집회를 열기도 했다.

퇴원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머물 곳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이후인 2017년 4월 내곡동 사저를 28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벌금과 추징금을 자진 납부하지 않자 지난 3월 사저 압류를 집행했다. 6개월 후인 지난 9월 배우 고현정·조인성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아이오케이컴퍼니는 법원 경매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사저 토지와 건물을 낙찰받았다. 친박 핵심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의 거취는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내곡동 사저는 내 지인이 샀지만, 그곳에 머무르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도 박 전 대통령의 거처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문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사면권 행사를 규탄한다”며 “사회적 통합과는 거리가 멀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고려에 따른 사면을 반대한다”고 했다. 반면 친박 단체인 박사모는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환영하면서도 회원들에게 “집행부 별도 지시가 없이 경거망동 말라”는 공지글을 올렸다.

한편 이날 오전 내란선동죄 등으로 수감 중이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 전 의원은 2015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을 확정받고 8년 3개월째 수감 중이었다. 그는 추가로 2019년 3월 선거홍보업체에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8개월 유죄가 확정돼 가석방이 없었다면 2023년 5월 만기출소 예정이었다. 가석방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한 채로 가석방된 이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 “공정과 정의란 단어가 존재하는가 싶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