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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늦었지만 환영”…선대위선 “보수 분열 공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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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8호 04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국민의힘 반응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성탄절을 앞두고 서울 구로구 고아권익연대를 찾아 청년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성탄절을 앞두고 서울 구로구 고아권익연대를 찾아 청년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우리 박근혜 대통령 사면은 늦었지만 환영합니다.”

24일 오전 11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사 기자실을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예정에 없던 방문이었고 손에 따로 쥔 입장문도 없었다. 윤 후보는 “우리 박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건강이 좀 안 좋으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박 전 대통령과의 ‘악연’부터 물었다.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박 전 대통령 형집행정지를 불허했는데’라는 질문에 윤 후보는 “제가 불허한 게 아니고 형집행정지 위원회 전문가와 의사들이 정지 사유가 안 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검사장은 그 법에 따르게 돼 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 복당에 대해서도 “너무 앞서 나가는 것보다는 일단 건강을 먼저 회복하시는 게 우선 아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1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시절 당에서 제명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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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선대위 내부에선 “정치적 사면” “보수 분열 공작” 등의 반응이 종일 나왔다. 선대위 관계자는 “내부 회의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매우 안 좋다고 하는데, 혹시 수감 중 불상사가 생기면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이 져야 하니까 이를 모면하기 위해 서둘러 사면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명숙 복권과 이석기 가석방의 물타기로 박 전 대통령을 끼워 넣은 것 같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한다. 윤 후보 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도 “전직 대통령 두 분 중 한 분만 사면한 데는 정치적 술수가 숨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대위가 특히 촉각을 세우는 건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사였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박영수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에게 45년형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정치 입문 선언 뒤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가 점차 “미안한 마음”이라거나 “집권하면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겠다”며 사과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윤 후보는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사람”이란 이미지가 강한 게 현실이다. 지난 9월 윤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을 때 “45년 구형 때리고 여기 와서 정치쇼를 한다”는 반발에 부딪힌 게 대표적이다. 윤 후보 측 인사는 “향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커질 경우 윤 후보 지지도가 다시 출렁일 수 있다”며 “검사 윤석열의 과거가 대선주자 윤석열의 미래를 잡아끌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당내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결국엔 윤 후보의 당선을 위해 힘을 보태주길 기대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윤 후보 측근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 달라”는 옥중편지를 낸 사실을 언급하며 “당장은 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대선 전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낼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교사’를 맡았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5년 가까이 구금 상태에 있었고 건강도 아주 안 좋은 상황이었는데, 문 대통령이 이런 부분을 참작해 사면 결단을 내리지 않았나 싶다”며 “박 전 대통령이 지금 정권교체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윤 후보에게 방해가 된다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키즈’로 불렸던 이준석 대표도 “개인적 인연 때문에라도 박 전 대통령 건강에 걱정이 많았다”며 “주변 인사들과 소통하며 건강 문제 등을 파악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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