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우먼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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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7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승자는 여성 정치인들이라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AP통신은 8일 "이번 선거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의 첫 여성 하원의장이 탄생, 역대 가장 많은 여성 의원이 입성한 의회를 이끌게 된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로 민주당이 12년 만에 하원을 장악하면서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 하원의장에 올랐으며, 연방 상.하원 의원에 당선한 여성의 숫자도 역대 최다라는 것이다. 하원의장은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상원의장 겸임) 다음의 승계권자로, 권력 '3인자'의 자리다.

개표 결과 9일(현지시간) 현재 여성의원은 하원에서 3석, 상원에서 2석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하원의원 435명 중 여성 의원이 67명에서 70명으로, 100명의 상원의원 중 여성이 14명에서 16명으로 늘었다. 현재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하원의원 두 석에서 여성의 당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상원에는 역대 가장 많은 12명의 여성 후보가 도전했고, 하원의원에는 역대 최다였던 2004년보다 3명 적은 138명이 출마했다. 럿거스대 미국여성정치연구소(CAWP)에 따르면 주의원 직에 출마한 여성은 모두 2433명으로 이 역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2008년 대통령 선거의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미 정계에서 여성들이 입지를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 후보들의 약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잇따른 정치 스캔들로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커서 여성 후보들에게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CAWP 데비 월시 소장은 "로비.섹스 스캔들로 인해 의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여성 후보들을 '변화의 주체'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도 여성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여성 후보가 민주당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상원의원에 도전한 여성 후보 12명 중 8명, 하원의원 후보 138명 중 97명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웨슬리대의 마리온 저스트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여성들이 상원과 하원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뤘다"며 "수적 증가뿐 아니라 하원의장과 함께 정보위원회.규율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 의장을 맡게 된 것은 질적인 성장도 함께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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