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지명된 로버트 게이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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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게이츠(오른쪽) 텍사스 A&M대학 총장이 4일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오클라호마와 A&M대학의 미식 축구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칼리지 스테이션 AP=연합뉴스]

미국의 새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게이츠는 2002년부터 텍사스 A&M대 총장을 맡아 왔다. 미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이 대학에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도서관 겸 기념관이 있다. 텍사스주는 부시 가문의 실제 고향이자 정치의 텃밭이다.

게이츠는 1991~93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 밑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냈다. 89~91년 백악관 안보 부보좌관.보좌관으로 아버지 부시를 보좌하면서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격퇴하는 데 공을 세운 대가였다. 그런 게이츠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국방장관으로 발탁했다.

그는 CIA에서 잔뼈가 굵은 정보통이다. 여기에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고, 대통령 안보 부보좌관.보좌관을 차례로 지내는 등 안보 분야의 경험도 쌓았다. 87년엔 로널드 레이건(공화) 대통령에 의해 CIA 국장에 지명됐지만 철회당한 적이 있다. 이란.콘트라 사건(미 정보기관이 레바논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이란에 무기를 밀매하고 그 대금의 일부로 니카라과 콘트라 반군을 지원한 사건)에 연루됐다는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나 조사 결과 그에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이츠는 6개월 전부터 이라크전에 대한 전략적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이라크 연구그룹' 멤버다. 이 연구그룹은 공화당 출신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민주당 소속 리 해밀턴 전 하원의원이 이끄는 초당적 성격의 기구다. 따라서 게이츠가 상원의 인준을 받을 경우 미국의 국방정책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9일 "부시 대통령이 게이츠를 임명한 것은 이라크전을 기획하고 북한.이란과의 대립구도를 형성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정책 대신 신중한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노선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정보를 통할하는 국가정보국(DNI)을 신설하면서 게이츠를 초대 국장 자리에 앉히려 했다. 하지만 그는 고사했다. 그러나 이번엔 부시 대통령의 부름에 응했다.

북한에 대한 그의 시각은 강성으로 알려져 있다.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한 94년 그는 "악당에게 '국제사회에 편입하면 번영한다'는 희망을 주면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북한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핵은 북한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에 심각히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물질의 재처리를 하지 말라'는 요구를 무시할 경우 미국은 북한의 재처리 공장을 파괴할 것이라는 경고를 해야 한다. 북한의 의도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그동안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보다 낫다는 주장을 해 왔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그를 반기는 분위기다. 육사 출신인 잭 리드 상원의원은 "게이츠는 실용주의자이므로 군과 호흡을 잘 맞추면서 국방부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의 부친인 토머스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인 59~61년 국방장관을 지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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