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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등 무고범 수사 막혔다”…檢 '무고' 인지 70% 감소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중앙포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중앙포토

올해 초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무고 혐의 인지 건수가 7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고 사범을 걸러내는 기능이 크게 저하됐다는 이야기다. 성범죄 관련 허위 고소 사건에서 감소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경찰은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뒤 고소·고발 등 수사할 사건이 몰려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은 경찰이 불송치 처분한 사건 기록만 보고 무고죄를 인지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형법 제156조에 따르면 무고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죄다. 무고죄를 범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월평균 58건…올해는 16건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검찰의 무고 혐의 인지 수사 건수는 총 160건을 기록했다. 월평균 16건을 인지한 것이다. 전년 월평균 인지 건수 58.8건과 비교하면 70% 넘게 감소했다.

최근 3년간 연간 검찰의 무고 혐의 인지 건수를 보면 2018년 1119건, 2019년 864건, 2020년 706건을 나타냈다. 올해의 경우 월평균 수치를 기초로 추정하면 192건을 기록할 전망이다. 수년 전부터 감소 곡선을 그리긴 했지만, 올해 감소 폭이 매우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이후 보이는 ‘정의의 공백’ 부작용의 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부작용…정의의 공백”

검찰 내부에선 “무고 혐의를 인지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라는 목소리가 크다. 현행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르면 검찰은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6대 범죄,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검찰은 이들 범죄와 더불어 경찰이 수사한 뒤 송치한 범죄를 대상으로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도 수사가 가능한데, 이때서야 무고 혐의를 인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경찰이 먼저 수사하는 범죄와 관련한 무고 혐의를 인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게 일선 검사들의 비판이다.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부여된 탓에 경찰은 기소 의견일 때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불기소 의견이면 송치하지 않은 채 수사 기록만 검찰에 넘긴다. 불송치됐을 경우 검찰이 수사 기록만 보고 무고 혐의를 인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 검찰 간부는 “성범죄와 관련한 무고 혐의 인지 수사는 사실상 하나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무고 혐의를 인지해 수사해야 하는 구조지만, 경찰은 “여력이 부족하다”라는 반응이다. 한 고위 경찰 간부는 “수사권 조정으로 사건이 경찰에 집중되는 가운데 무고 혐의 인지 수사까지 할 여유가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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