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유엔사, 시신 송환 '작은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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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 시신 송환을 둘러싸고 북한과 유엔군사령부가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유엔사는 시신의 신분이 군인인 만큼 정전협정에 따라 인도하겠다는 입장이나, 북측은 민간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적십자가 주체가 돼 송환해 줄 것을 요청하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문제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지난 8일. 서해 연평도 앞 바다에 떠 있는 것을 우리 해군이 발견했다. 발견 당시 이 시신은 북한 해군 군복 차림이어서 정전협정에 따라 우리 해군은 유엔사에 인계했다.

유엔사는 시체 송환을 위해 지난 15, 16, 18일 잇따라 판문점에서 북측과 참모장교 접촉을 열고 송환 방법을 협의했으나 북측이 민간인이라고 주장하며 "적십자를 통해 돌려받겠다"고 고집해 합의에 실패했다.

북측은 나아가 지난 24일 북.유엔사 대령급 장교접촉 북측 단장 명의로 대한적십자사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시체 송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남측으로 떠내려온 북측 민간인 시체를 송환하거나 실수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민간인이 북으로 되돌아가길 원하면 양측 적십자를 통해 송환절차를 협의한 뒤 인도해온 관례를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북측은 또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군 측은 사망자가 군인이라고 고집하면서 시체 송환에 대한 우리 측의 정당한 요구를 무작정 거부하고 있다"면서 정치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유엔사 측은 "시체가 군복을 입고 있는 정황으로 미뤄 군인이 틀림없다"면서 군사정전위를 통해 송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관할권이 유엔사에 있고, 민간인이 아닌 북한 군인의 경우 DMZ를 통해 넘겨주는 게 정전협정에 따르는 절차라는 입장이다. 유엔사는 북측의 주장이 정전협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희 기자ch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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