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호주 총리 “남중국해 국제법 준수” 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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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시드니 샹그릴라 호텔에서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오른쪽 둘째)를 접견하고 노동당 측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시드니 샹그릴라 호텔에서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오른쪽 둘째)를 접견하고 노동당 측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 ‘남중국해’ 문제가 명시됐다. 14일 청와대가 공개한 공동성명에는 “호주와 대한민국은 인도·태평양의 안정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해양 영역에서의 국제법 준수에 달려있다는 점을 인식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남중국해’는 대만 문제와 함께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이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 2일 고위급협의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을 위반한 일방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는 등 남중국해는 미·중 간 대립의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에서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라는 표현과 함께, 한·미 공동선언 최초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이라는 문구까지 담겼다.

이번 성명엔 ‘대만’을 직접 명시하지 않는 대신 ‘남중국해를 포함한 해양영역’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이 들어갔다. “분쟁이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항행 및 상공 비행 자유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은 한·미 회담 때와 유사하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포괄적 의미의 용어를 사용해 호주에게 우선순위인 남중국해만 표기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대만이 포함된 것과 유사한 의미를 담은 절충안을 찾은 것”이라며 “중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남중국해 표현까지 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임기를 5개월 남겨놓고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문 대통령은 호주 순방 내내 중국을 자극할만한 발언을 자제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 후에도 “호주 방문은 중국에 대한 입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모리슨 총리는 대만문제와 관련 “(중국의) 오판이 있다면 한국도 중요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역내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국가로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 혜택을 줄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미국 측에 설 것’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반복했다.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방송에서 “우리가 호주에서 압박을 받을만한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며 “세계 외교는 주권국가에 대해 그렇게 압박을 가할 수도 없고, 그런 것이 통하는 시대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문 대통령의 호주 방문 자체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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