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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북 잘못 땐 지적해야” 김성한 “비핵화 진전 땐 지원” [중앙일보-CSIS 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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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재명·윤석열 외교참모의 시각

14일 고양시 JTBC일산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21’ 참석자들이 ‘한반도 비핵 평화의 길’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화면 왼쪽부터 CSIS의 빅터 차 수석부소장, 카트린 카츠 한국석좌 연구위원. 스튜디오 왼쪽부터 김성한 국민의힘 외교안보정책본부장,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실용외교위원장. 김성룡 기자

14일 고양시 JTBC일산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21’ 참석자들이 ‘한반도 비핵 평화의 길’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화면 왼쪽부터 CSIS의 빅터 차 수석부소장, 카트린 카츠 한국석좌 연구위원. 스튜디오 왼쪽부터 김성한 국민의힘 외교안보정책본부장,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실용외교위원장. 김성룡 기자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는 온겨레의 열망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윤석열 후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핵을 포기시키기 위해 전쟁이 끝났다고 미리 선언해버리는 것이 비핵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김성한 국민의힘 선대위 외교안보정책본부장)

“종전선언 추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법론이다. 종전을 표현하는 방법은 매우 많을 텐데, 적절한 표현을 통해 ‘비핵 트랙’과 ‘평화 트랙’이 함께 움직이기를 바란다.”(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실용외교위원장)

14일 ‘중앙일보-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 2021’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외교·안보정책을 각각 총괄하는 위 위원장과 김 본부장이 참석해 후보들의 의견을 소개, 차기 정부의 외교 기조를 엿볼 기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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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 2세션 ‘한반도 비핵·평화의 길’에서 종전선언과 관련, 위 위원장은 “비핵화 진전을 위해서는 비핵 트랙이나 경제적 지원 트랙만 갖고는 쉽지 않다.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트랙이 같이 섞여 들어가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평화 트랙을 가동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 이를 비핵 트랙과 상호보완적으로 움직여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은 대개 평화협정의 서두에 들어간다. 따라서 이를 떼어낼 경우에는 떼어내는 이유가 확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가 사실상 근처에도 가지 못한 상황에서 전쟁이 끝났다거나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선언하는 것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에 어느 정도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21 참석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앙일보-CSIS 포럼 2021 참석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북한이 2017년 11월 이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한 데 대해 보상해줘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위 위원장은 “북핵 문제는 복잡한 의도와 목적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대처도 복합적이어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 등 인센티브와 함께 제재와 압박 등 ‘디센티브’도 써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또 “협상은 유연하게 하되, 북한이 합의를 파기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면 분명히, 적절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북한이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보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가 추구하는 것은 북한이 일단 대화에 나와 실질적 비핵화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상당한 경제적 지원이나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유연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관계와 관련, 위 위원장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한반도 평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증진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과의 동맹을 중심축으로 중국과 상호존중에 입각한 협력 관계를 확대 및 심화시켜나가는 것이 윤석열 외교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11년부터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포럼. 한국과 미국의 전·현직 대외 정책 입안자들을 비롯한 양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동북아 정세와 미래 아시아 평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다. 포럼은 서울과 워싱턴에서 번갈아 열리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적인 싱크탱크다.

아래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개회사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정상화와 평화를 염원하면서 이렇게 화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오랜 친구인 존 햄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소장, 빅터 차 한국 석좌, 마이클 그린 일본 석좌, 모두 반갑습니다. 한국의 송민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과 신각수 전 주일대사‧고유환 통일연구원장, 박명림 연세대 교수, 그리고 이재명‧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의 외교안보팀 좌장인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을 포함한 양국의 모든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저는 1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21세기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팬데믹은 국제연대와 협력을 통해 가장 취약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끝나야 비로소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오미크론의 확산을 지켜보면서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백신 민족주의는 선진국의 자살행위”라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의 비판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이른바 기존 질서의 주도 세력인 미국과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하는 중국이 글로벌 공공재를 충분히 공급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20세기 초 영국을 제치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미국은 당시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충분한 공공재를 제공하지 못해 1930년대 대공황이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독일에서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탄생했고, 2차 세계 대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를 비판한 경제학자이자 마셜플랜의 설계자 킨들버거의 이름을 딴 ‘킨들버거 함정’(Kindleberger Trap)에 빠진 것입니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미‧중 모두 각자도생의 자국 우선주의에 사로잡혀 공공재 공급을 등한시할 경우 전 세계가 다시 한번 ‘킨들버거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오미크론 위기는 그 불길한 징후입니다.

미국은 지난주 중국의 신장 인권탄압을 이유로 내년 2월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은 잘못된 행동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두 나라의 갈등은 세력조정이 끝나고 ‘새로운 균형(New equilibrium)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미중 대결에서 미국이 승리할 경우 미국은 과거처럼 ‘관대한 패권국’이 되기 어려울 것이고, 패배한 중국은 ‘위험한 이웃’이 될 것입니다.

미중 두 나라의 압도적인 영향력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한국은 확고한 자기 정체성을 갖고 국가 비전과 국익을 규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강‧동맹‧국제연대로 지혜롭게 대처하면 미중의 존중을 받고 교량 역할을 하는 중추국(pivot state), 중견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강대국의 눈치나 보면서 그때 그때 유리한 쪽으로 편승하는 식으로는 양쪽에서 공격받는 파쇄국(shatter zone state)로 전락하게 됩니다. 안보와 경제를 지킬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음 대통령 임기 5년은 중차대한 변환기이며 향후 100년 한국의 국운을 좌우할 시기라고 할 것입니다.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입니다. 경제의 대외의존도 85%, 에너지 수입의존도 97%, 곡물 자급률 24%입니다. 안보와 경제가 외부 충격에 모두 취약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력 10위, 기술력 5위에  세계 정상의 K콘텐트를 가진 나라입니다.

한미동맹을 기초로 한중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고, 다른 중견 국가들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어떤 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싱가포르처럼 “모두와 친구 하기, 누구와도 적대하지 않기(friend to all, enemy to none)”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어느 누구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나라가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북 분단에 남남 갈등이 겹쳐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수준이 매우 낮다는 데 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데 목적지도 없고, 지도도 없이 항해에 나선 형국입니다. 이러면 국내에서는 정책추진 동력을 잃고, 상대국에 대한 협상력이 반감되고,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초래하게 됩니다. 내년 3월 9일에 선출되는 한국의 새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남남 통합에 나서야 하는 절박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회 안에 상설협의체를 둘 것을 제안합니다. 정파를 초월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일관된 외교 안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입니다.  추가적인 자원 투입 없이도 한국의 외교안보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게는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한미동맹이 튼튼해야 남북관계도 잘 풀리게 됩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서로를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기적같이 찾아온 독일 통일도 미국과 관계가 좋았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미국과의 관계가 더 좋아지려면, 미국이 그토록 원하는 한일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에 배상을 요구하지 말고, 일본은 분명히 사과하는, 미래지향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풀어야 합니다. 전후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를 가져온 드골-아데나워 모델, 1998년 김대중-오부치모델을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지구상에서 북한을 제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국가는 오직 미국뿐입니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중국, 베트남처럼 가난에서 벗어나 눈부신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유엔 제재 국면에서 중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지원은 그저 연명시켜줄 정도의 도움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내놓을 테니 인민생활과 관련된 다섯 가지 제재를 풀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달렸습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올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북한은 하노이 결렬 이후에도 그 해 6월30일 판문점 남북미 3국정상 접촉,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접촉을 이어갔습니다.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레드라인은 넘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북한이 미국과 협상할 의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은 이런 사정을 잘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북한과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브레진스키 전 미국국가안보보좌관은 1997년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동아시아 지역을 ‘잠재적, 정치적 화산’에 비유했습니다. 미국이 이 상태를 방치하면 북한은 머지않아 100기가 넘는 핵무기를 보유하게 됩니다.

만일 여기에 대응해서 한국, 일본이 자위적 차원에서 핵무장을 하고, 중국이 핵을 증강할 경우 베트남, 대만의 핵무장도 시간문제입니다. 아시아 전체가 그야말로 핵 도미노 상태에 빠지게 되고 정치적, 군사적 화산이 됩니다. 공들여 지켜온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붕괴됩니다. 이것은 미국도 원치 않는 일일 것입니다.

북한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진지한 협상의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협상하면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려는 과욕은 거둬들여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북한과의 협상은 끝없는 수렁에 빠지는 것”이라는 피로감이 쌓일 대로 쌓여 있는 상태입니다. 북한은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과감하고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무리 핵무기가 많아도 인민의 생활이 나아질 수는 없습니다.

한국은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세계 유일의 나라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분단국이며, 미중 세력경쟁의 한 복판에 놓여 있습니다. 기가 막힌 현실입니다. 국제정치학의 석학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나라로 한국과 폴란드를 꼽았습니다.

그는 저서 ‘강대국 정치의 비극’에서 한국 국민에게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지정학적 환경에 살고 있다. 모든 국민이 영리하게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생존과 직결돼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우리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국익 우선주의와 전략적 유연성의 원칙을 지키려면 스스로 강해져야 합니다. 그러기에 내부 통합이 절실합니다. 그래야 개방국가, 통상국가, 세계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다자주의를 통해 강대국의 경쟁을 완충시킬 수 있습니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해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역할을 하려면 먼저 우리가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오늘 토론을 통해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이 통합적 틀에서 제시되기를 기대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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