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획사 보컬 트레이너도, 현직 인디밴드 보컬도, 귀에 익은 드라마 주제가를 부른 가수도, 역대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도 이름을 떼고 번호만 달고 나와 노래로 붙었다.
JTBC ‘싱어게인2’가 지난주 첫회 5.5%로 시작한 시청률이 13일 2회에선 6.9%로 눈에 띄게 올랐다. 방송 직후인 14일 티빙 검색어 순위도 1위를 차지했다.
JTBC '싱어게인2' 2회만에 시청률 6.9%
'시즌1' 성공 이후… 부담스러웠던 '유명' 참가자도 늘었다
‘싱어게인’은 지난해 시즌1을 통해 이승윤‧이무진‧정홍일 등 무명가수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프로그램이다. 부제는 ‘무명가수전’. 참가자들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처럼 이름이 아닌 번호로 오디션에 참여하지만, 탈락하면 죽는 '오징어 게임'과 달리 탈락하면 이름을 소개하고 퇴장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그간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댄서들을 전면에 보여주며 호응을 얻은 것처럼, ‘실력은 있지만 빛을 못 본’ 가수들에 무대를 준다는 취지가 공감대를 얻기 좋은 포맷"이라며 “코로나19로 더 각박해진 무명·유명 가수들의 현실에 시청자들이 올해도 공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싱어게인'은 ‘본인 노래가 있는 가수’가 참가 조건이다.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지원자 수가 적은 편이지만, 시즌2는 지원자가 크게 늘었다. '첫 소절만 들어도 아는' 노래를 부른 유명 참가자들도 많아졌다. 6일 첫회에선 ‘사랑인걸’(2005)의 가수 24호, ‘오빠야’(2011)의 가수 4호, Mnet ‘슈퍼스타K3’ 우승팀 22호 등이 나와 화제를 모았다. 대형 기획사와 '프로듀스 101’의 보컬 트레이너로 얼굴을 알린 31호는 “보컬 트레이너로 방송을 하면서 저에게 기대하는 음악적 장르, 기대치들로 음악이 언젠가부터 짐처럼 느껴졌다”며 참가했다.
제작진은 “시즌1의 성공을 보고 재야의 고수, 무명 가리지 않고 더 실력있는 분들이 용기내 많이 지원한 면이 있다”며 “시즌1보다 놀랄만한 실력자도 많았고, 재즈‧락 등 장르도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묘해, 너와' 만장일치 합격, '브로콜리 너마저' 탈락
방송에서는 ‘무명 가수’도 실력에 따라 합격하고, ‘유명 가수’도 탈락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심사위원 유희열이 "데뷔 11년차인데 왜 몰랐을까“라고 탄식한 48호는 드라마 ‘연애의 발견’ OST ‘묘해, 너와’를 불렀던 가수로, 심사위원 8명의 표를 모두 얻어 ‘올 어게인’으로 1라운드를 통과했다. "음악을 계속하려면 무명이 아니라 유명해져야 하니까"라고 참가 이유를 밝힌 34호도 ‘올 어게인’을 받았다. 이와 달리 인디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컬 윤덕원(12호), 과거 ‘heaven’으로 전성기를 누렸으나 성대결절로 활동을 중단했던 가수 김현성(43호) 등은 탈락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름을 떼는 것부터 ‘공정’을 어느 정도 담보하고 있고, 시즌1에서 실력으로 ‘무명’이 1위가 된 것으로 본 뒤 공정함이나 형평성에 대한 의문은 사라졌을 것”이라며 “오히려 ‘유명’으로 나오는 가수들이 ‘투명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큰 짐을 지고 오디션에 나오는 거라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짝수' 심사위원, '보류' 중간지대도 있는 오디션
'싱어게인'의 심사위원은 오디션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8명. 이들의 투표에서 6~8표는 합격, 4~5표는 보류, 3표 이하는 탈락하게 된다. 합격‧탈락 외에 ‘중간지대’가 있는 셈이다. 심사위원진은 음악 장르와 시니어 팀(이선희‧유희열‧윤도현‧김이나), 주니어 팀(규현, 선미, 민호, 이해리)으로 세대 비율도 맞췄다.
JTBC 채성욱 PD는 “여러 장르와 세대의 시각으로 참가자들을 평가할 수 있게, 심사의 다양성을 생각했다”며 “‘보류’는 과반 이상 표를 얻은 참가자들의 가능성을 한 번 더 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수 평론가는 “편리한 '홀수' 심사위원진이 아닌, 특정 장르나 세대, 성향에 쏠리지 않게 배분한 구성”이라며 "시즌1부터 있던 '보류' 는 패자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장치로, ‘싱어게인’의 기획 의도와 부합하는 방식”이라고 평했다.
참가자들을 과거 활동에 따라 ‘슈가맨’·‘오디션 최강자’·‘재야의 고수’·‘홀로서기’·‘OST’·‘찐 무명’으로 조를 나눈다. 시즌1 최종 1위 이승윤과 3위 이무진은 ‘찐무명’ 조, 2위 정홍일은 ‘재야의 고수’ 조였다.
시즌2에서 지금까지 방송된 1·2회에서 심사위원 8명의 표를 모두 얻어 '올 어게인'으로 합격한 참가자는 '재야의 고수' 7호·17호·34호, '오디션 최강자' 31호, '찐 무명' 51호·64호, 'OST' 48호·20호 등이다. 장르도 발라드, 락, 재즈 등 다양하고, 20세부터 50대까지 나이대도 다양하다.
정덕현 평론가는 “조별로 ‘저 노래 뭘까’ ‘저 사람 누굴까’ 맞추는 재미가 있어서, 오디션 외의 이야기를 시청자가 생각하게 만든다”며 “2라운드부터 각 조별로 참가자들이 섞이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생기는 것도 보는 재미를 주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