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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TPP 가입 첫 발 뗐지만…가입 결정은 다음 정권에 미뤄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본격적인 여론 수렴 절차를 시작한다. 가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도 공감하지만, 사회적 논의부터 개시한다. 전문가는 지금 가입 신청을 해도 당장 가입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논의를 보다 더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CPTPP 가입 “여론 수렴 착수”

1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6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1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6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1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226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을 본격 추진하고자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과의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관련 절차를 개시한다”고 했다. 그동안 CPTPP 논의에 소극적이었던 정부가 관련 여론 수렴을 시작했다는 것은 가입을 위한 첫발을 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 기재부도 이날 홍 부총리의 발언을 “CPTPP 가입을 위한 준비 절차를 시작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만·중국에 떠밀려 신청 논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CPTPP) 개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CPTPP) 개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CPTPP는 일본·호주·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 국가가 참여한 메가 FTA(자유무역협정)이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13.5%와 세계 무역 15%를 차지한다. 원래 CPTPP는 미국·일본·호주 등 총 12개국이 협상에 들어갔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탈퇴를 선언하면서 일본 주도로 남은 11개국만이 2018년 3월 협정을 공식 타결했다. 가입을 저울질 하던 한국은 미국이 빠지면서 관망세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 9월 16일 CPTPP에 가입 신청을 한 데 이어, 대만도 같은 달 23일 가입 신청서를 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통상에서 뒤떨어져 있던 중국과 대만이 나란히 가입 신청을 하자 한국도 가입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대만은 정보통신(IT)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과 주력 산업 분야가 겹친다. 그동안 중국 견제로 통상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대만이 CPTPP 가입에 성공한다면, 한국 수출 기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입 결정 못 내고 “여론 수렴”으로 선회

어렵게 CPTPP 논의를 시작했지만, 정부 입장이 가입 신청이 아니라 “여론 수렴”에 그쳐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CPTPP는 회원국 전체 동의를 받아야 가입할 수 있어 신청해도 가입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영국에 이어 중국·대만까지 이미 가입을 요청해 순번이 돌아오기까지는 최소 2~3년은 지나야 한다.

실제 홍 부총리도 지난 10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기자간담회에서 CPTPP 가입에 대해 “이제 시간이 없다. '가입한다, 안 한다, 하면 언제 한다'까지 포함한 결정은 10월 말 11월 초에는 내야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가입 결정은 미룬 채 여론 수렴으로 입장이 다소 선회했다. 이 때문에 실제 가입은 차기 정부에서 결정 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앞두고 농업계 눈치

정부가 결정적인 순간에 발을 뺀 것은 농업계 반대 때문이다. CPTPP 무역규범은 자유무역협정(WTO)은 물론 이미 체결한 다른 개별 FTA보다 더 강하다. 예를 들어 CPTPP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는 ‘국가’나 ‘지역’이 아니라 같은 생물보안체계를 적용하는 농장 단위로 세분돼 있다. 만약 병·해충을 이유로 다른 나라 과일 수입을 막는다면 CPTPP에서는 특정 ‘국가’나 ‘지역’의 농산물 전부가 아니라 문제 되는 농장만 금지해야 한다. 해외 농·축·수산물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여론 수렴에 착수한다”는 홍 부총리 언급만 놓고도 농업계 비판이 나왔다. 13일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정부 CPTPP 가입 선언은 대한민국 농업, 나아가 먹거리 주권 포기나 다름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반대 여론에도 CPTPP 가입 신청을 먼저 해야 관련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학과 교수는 “실제 큰 의미가 없는 가입 신청조차 정부가 하지 못하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여론의 눈치를 본 것”이라며 “가입 신청을 해야 중국과 대만의 가입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도 공유 받을 수 있고, 실제 가입할지 말지에 대한 국내 논의도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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