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드러낸 노사 절충/최저임금 타결은 됐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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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종결정까진 진통클듯/「근로시간단축」반영 노사 팽팽/내년 단체협상에도 영향 우려
노사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속에 진통을 거듭해온 내년도 최저임금안이 12일 사용자측의 퇴장속에 근로자ㆍ공익위원들만의 표결처리로 결정된 것은 국민경제를 바라보는 노사간의 시각차가 얼마나 큰가를 단적으로 입증해준 것으로 볼수 있다.
특히 최저임금 결정은 그 적용대상이 7만8천여 사업장의 4백95만 근로자로 단일최대의 노사임금협상이란 점에서 볼때 내년봄 각 사업장의 임금협상이 결코 순탄치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당초 근로자측의 33% 인상안과 사용자측의 5.1% 인상안으로 출발한 협상은 그동안 10여차례의 회의에도 불구,현격한 시각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12일 결국 사용자측이 중도퇴장한 가운데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인 16.4% 인상안(월급 19만2천7백원,시급 8백20원)표결처리로 결말이 났다.
이날 마지막으로 열린 4차 전체회의에서 근로자측은 17.8%인상안을 최종조정안으로 내놓았으나 사용자측은 전날 회의때까지 고집하던 8.7% 인상안외에 수정안을 제시하지 못한채 「최종수정안 마련」을 구실로 회의에 불참했다.
이번 최저임금결정이 파행을 면치 못한 것은 예년보다 크게 오른 물가와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노사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노총측은 올해 주거비와 생필품가격 등 물가가 크게 오른점을 들어 최저임금이 그만큼 인상돼 최소한의 실질임금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맞서 사용자인 경총측은 페르시아만 사태로 인한 유가인상,국제수지악화 등 국민경제 여건이 전반적으로 어려워 최저임금 인상폭이 한자리수 이상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고집했다.
노총은 또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법정근로시간이 주48시간에서 주46시간,44시간으로 단계적으로 단축됐으니 법대로 이를 최저임금에 반영,임금감액이 없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용자측은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최저임금을 근로시간단축전과 후로 구분해 정할경우 차별임금을 인정하는 모순이 있고 일부사업장은 내년10월 최저임금이 또 한차례 오르는 문제가 생긴다며 난색을 표시,결국 양측의 이견폭을 좁히지 못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됨에 따라 자체적용대상 근로자 4백95만여명중 직접 혜택을 받는 근로자는 42만5천여명(8.6%)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저임근로자가 많은 섬유ㆍ의복ㆍ봉제ㆍ가죽ㆍ음식숙박ㆍ건물관리ㆍ어업 등 종사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이나 이들 업종 중소기업은 경영압박과 경쟁력약화ㆍ구조개편 등 부분적 진통도 예상된다.
공익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고령근로자들의 취업비중이 낮아지지 않도록 하기위해 60세이상 근로자는 최저임금의 적용대상에서 제외 또는 차등적용하고 ▲주 44시간 근로에 따른 임금감액방지 ▲영세사업장 지원확대 등을 결의했다.
이와함께 사용자측에서 그동안 강력하게 요구했던 업종별 차등적용을 받아들이지않아 최저임금 인상안은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상용근로자 10인이상 전사업체에 동일 수준으로 적용되게됐다.
이번 최저임금안은 이의제기ㆍ재심절차 등을 거쳐 11월말 확정고시될 예정이나 중도퇴장한 사용자측이 최심위 결정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이의를 제기해 노동부장관의 최종확정까지는 다소간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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