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부정 막을 제도 강화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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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부 사학재단의 비리와 부정에 대해서는 익숙해져 있는 오늘이라 해도 한성대 부정입학사건은 부정의 규모와 형태가 여기에까지 이르렀나 하는 개탄과 울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검찰에 의해 밝혀진 부정입학자 수가 94명에 이르고 기부금 액수가 33억원에 이를 뿐만 아니라 그 부정이 재단ㆍ교수ㆍ교직원이 가담한 음모의 합작품이라는 데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지난해 부정입학을 둘러싼 학내분규가 여러 대학에서 치열하게 벌어진 바 있고 동국대 경우는 재단이사장까지 구속된 적이 있는 뼈아픈 경험을 치르고 난 뒤다.
그런 상처가 치유되기도 전에 범죄집단을 방불케 하는 부정이 또다시 자행되었음은 사학재단 전체에 대한 국민의 의혹과 불신을 확산시킬 수 있고 사회의 양심이어야 할 대학마저 이토록 썩었다는,울분을 넘어선 깊은 절망감마저 안겨주게 될 것이다.
이런 의혹과 불신과 절망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정입학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립대 자체의 자구적 결단과 노력,그리고 문교당국의 철저한 감독과 감시에 의해 추진되고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입시관계 사학업무가 재단측의 교직원 등에 의해 비밀리에 관장될 것이 아니라 교수들 중심의 입시관리위원회가 대학 자체적으로 운영되어 채점에서 입학확정까지의 전과정이 공개적으로 운영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답안지를 포함한 입시관계자료들은 적어도 3년까지 보관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철저하게 준수되어야 한다.
여러 사립대들이 보관상의 어려움을 핑계로 입학사정이 끝나면 관계서류를 불태워 없애는 관례는 그만큼 부정의 의혹을 높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한성대 경우 적게는 94명,많게는 2백여명이 부정입학의 혐의를 받고 있지만 그를 확인할 자료마저 남아 있지 않아 부정입학으로 탈락된 선의의 피해자마저 구제할 길이 없는 실정이다.
부정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또 부정이 적발된 다음 피해본 학생을 구제하기 위해서도 입시관계 자료는 철저히 보관되어야 하며 여기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도 지워야 할 것이다.
입시부정을 막기 위한 대학 자체의 노력 및 제도적 장치와 아울러 문교당국의 감독ㆍ감시기능 또한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껏 입시부정이 연발하는 데는 문교당국의 감독소홀이 중요한 원인이 되었음을 자각하고 이에 대한 응분의 자체정비와 적극적 대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의 잇따른 입시부정에 대비해서 문교당국은 전체 사학에 대한 감사방침을 밝혀놓고도 검찰의 수사가 있기 전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8월 하순에 실시했던 한성대 감사결과 부정입학을 적발하고서도 검찰발표가 있기 전까지 입다물고 손도 쓰지 않았다. 이에 대한 문책과 앞으로의 감사기능 강화에 대한 확연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을 외치고 사학재정의 어려움을 한탄하기에 앞서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도덕성과 신뢰성을 구축하는 자체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회가 아무리 혼탁해도 입시부정만은 없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이를 위한 사학전체의 결연한 노력과 문교당국의 의지가 거듭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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