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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특수? 하이브리드도 잘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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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20대 기업 A 임원은 최근 회사에서 주는 임원용 차로 국산 하이브리드 세단을 지급받았다. 신청한 뒤 넉 달 기다린 끝에 받은 것이다. A 임원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한다며 임원 차량을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하이브리드로 교체하느라 주문이 몰려 차를 받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신모델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 역시 동반 상승하고 있다. 6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올 1∼11월 현대차의 전체 차량 판매는 66만72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1만9368대)에 비해 8.2% 줄어들었지만, 하이브리드카 판매는 지난해(5만7557대)보다 7.1% 늘어난 6만1655대를 기록했다. 기아도 올 1~11월 지난해 같은 기간(51만3543대)보다 5.1% 적은 48만7227대를 팔았지만, 이 기간 하이브리드카 판매는 오히려 지난해(5만6707대)보다 27% 증가한 7만2076대였다.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현대차는 투싼 하이브리드(1만4451대)와 아반떼 하이브리드(5814대), 기아는 쏘렌토 하이브리드(3만315대)와 K8 하이브리드(1만5839대)가 많이 팔렸다. 특히 K8 하이브리드는 임원용 차와 가정용이 동시에 많이 팔린 것으로 업계에선 본다. 쏘렌토는 내연기관 모델 판매량(3만4058대)이 39% 줄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43% 늘었다.

볼보XC40

볼보XC40

렉서스 ES300h

렉서스 ES300h

수입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집계 결과 올 1~11월 국내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는 총 8만4811대로 전년 동기(3만7392대) 대비 127% 증가했다. 11월 판매량만 따로 놓고 보면 그동안 판매가 부진했던 하이브리드 렉서스 ES300h가 698대 팔렸다. 테슬라 모델3(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집계 1106대)에 이어 전체 수입차 중 2위다. 볼보의 하이브리드 XC40도 전체 4위(497대)에 올랐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이 잘 팔리는 이유는 전기차를 위한 충전 시설 부족 등 복합적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품질이 좋아지고 있고, 전기차보다 저렴한 장점이 있다”며 “내년에도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는 정부의 세제 혜택이나 주차 요금 할인, 미세 먼지 저감을 위한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제외 등 전기차 혜택 중 일부를 누릴 수 있다.

하이브리드카 국내서 얼마나 더 팔렸나

하이브리드카 국내서 얼마나 더 팔렸나

하지만 정부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지원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의 취득세 감면 한도가 90만원에서 40만으로 줄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PHEV)에 지급되던 500만원 상당의 구매 보조금도 없어졌다.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도 내년 말 이후 없어지고, 친환경 차량에서 아예 제외될 예정이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로의 전환은 이미 전 세계적인 방향이라 정부 입장에서도 하이브리드에 대한 혜택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하이브리드가 잘 팔리는 것은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전기차 충전 시설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기차가 하이브리드보다 더 친환경적이냐”는 논란도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를 만들 때의 탄소 배출량은 총 11t인데 이 중 5.3t이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 배터리 폐기물이 향후 환경 오염을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

특히 현재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기는 화석 연료에 의지하는 비중이 크다. 조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일본 자동차 업계가 하이브리드 기술에도 집중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의 친환경적 전기 생산이 전기차 시장에 대비할 만큼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하이브리드 차량 정책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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