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쉼] 보톡스

보톡스는 치명적인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넘균(菌)의 독소(毒素)를 이용해 만든 약. 많은 이들이 주름을 펴는 성분의 이름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미국 앨러간사가 만든 약품의 이름이다. 과거 복사기를 브랜드 이름인 '제록스'라 부른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보툴리넘 독소제는 보톡스.메디톡신(국산).디스포트(유럽산).BTXA(중국산) 등 모두 4종이다. 보툴리넘 독소제의 새 약효와 한계를 알아본다.

◆겨드랑이가 뽀송뽀송해진다

손바닥.발바닥.얼굴.겨드랑이 등에서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전신 마취를 해야 하고 수술 뒤 흉터가 남는 문제가 있다. 보툴리넘 독소제는 겨드랑이 다한증 환자에게 효과가 가장 좋다. 와플스 박사는 "그러나 손바닥.발바닥.얼굴의 다한증 환자에겐 권하지 않는다"며 "시술시 환자가 통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겨드랑이에 연고형 마취제를 바른 뒤 보툴리넘 독소제를 주사한다. 주사 뒤 3~4일이면 땀이 줄어들고, 7일이면 겨드랑이가 보송보송해진다. 수술로 치료할 때와 달리 보상성 다한증(겨드랑이 대신 엉덩이.등.가슴 등 몸의 다른 부위에서 땀이 남)이나 위 눈꺼풀이 감기는 부작용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치료 유효기간은 6~8개월.

미국의 의학 전문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 2002년 2월)에 따르면 양쪽 겨드랑이에서 8시간당 4컵이나 되는 땀을 흘리는 심한 다한증 환자 145명에게 보톡스를 주사한 결과 땀 분비량의 85%가 줄었다.

◆편두통을 치유한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통증클리닉 문동언 교수는 편두통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보툴리넘 독소제를 쓴다. 보툴리넘 독소가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P물질(substance-P).사이토카인 등을 감소시킨다고 믿어서다. 문 교수는 "'엉덩이가 아프고 종아리가 당긴다'고 호소하는 좌골 신경통 환자에게도 유효하다"며 "만성 요통, 만성 어깨 통증, 테니스 엘보, 대상 포진 신경통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말했다.

보툴리넘 독소제를 통증 치료에 사용할 때 이렇다 할 부작용은 없다. 그러나 약효가 6개월 정도에 그치며, 건강 보험 적용이 안 돼 약값 부담이 만만치 않다.

◆굳어진 것을 풀어준다

한강성심병원 재활의학과 서정훈 교수는 뇌성마비.뇌졸중으로 손발이 구부러지는 등 사지가 경직된 환자에게 보툴리넘 독소제를 사용한다.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서 교수는 "까치발로 걷던 뇌성마비 어린이가 정상 보행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사 부위가 잘못되면 엉뚱한 근육이 약해질 수 있다. 보툴리넘 독소제를 어린이의 뇌성마비 치료에 사용하면 제한적으로(5세 미만이고, 다리에 주사할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나 뇌졸중에 따른 사지 마비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각 턱을 갸름하게 한다

사각 턱의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턱뼈 자체가 양옆으로 튀어나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작근(씹는 근육)이 지나치게 발달해서다. 이 중 저작근 때문에 사각 턱이 된 사람이라면 보툴리넘 독소제로 교정이 가능하다. 턱 주변 저작 근육에 보툴리넘 독소제를 주사한다. 시술 시간은 5~10분. 중앙대병원 성형외과 김우섭 교수는 "이 시술은 30대 초반 이전에 하는 것이 좋다"며 "중년 이후에 시술받으면 사각 턱은 개선되지만 얼굴이 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각 턱 교정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 시술 뒤 질긴 음식을 오래 씹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피로감을 느끼는 등의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보툴리넘 독소제의 약점

최대 약점은 효과가 일시적(3~6개월)이라는 것이다. 춘천성심병원 성형외과 김진왕 교수는 "보툴리넘 독소제는 처음 주사 맞을 때가 가장 효과적"이며 "반복해 맞으면 체내에서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켜 약효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툴리넘 독소제의 투여 간격은 주사 횟수가 증가할수록 연장된다. 초기엔 6개월에 한 번씩 맞았다면 나중엔 1년에 한 번 맞아도 무방하다는 것. 여러 회사 제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면서 가격이 1, 2년 전보다 50%가량 떨어졌지만 여전히 고가다. 보톡스가 가장 비싸고 디스포트.메디톡신.BTXA 차례다. 보톡스는 고가인 대신 분자량이 적어 약효를 떨어뜨리는 항원.항체 반응이 적게 일어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