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2% 정밀타격론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2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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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호 35면

김창우 사회 에디터

김창우 사회 에디터

다음달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던 김영호(44)씨는 렌터카를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SUV나 전기차 같은 인기 차종은 아예 예약이 안 되고 몇 대 남은 중형차도 하루 8만원에서 10만원이었다. 김씨는 “2~3년 전만 해도 겨울 비수기면 하루 1만원 안팎에 빌릴 수 있었다”며 “렌터카 대신 여수에서 카페리를 이용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렌터카 대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총량제의 영향이 크다. 제주도 관광객은 지난해 1000만명까지 줄었다가 올 들어 다소 늘어 연말까지 12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1500만명을 넘었던 2019년과 비교하면 20% 줄었다. 그런데 렌터카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 단체 전세버스 대신 개인별·가족별 여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반면 3년 전부터 시행한 렌터카 총량제로 3만2000대던 렌터카는 현재 2만9000대로 줄었다. 제주도는 당초 2만5000대까지 감축할 계획이었지만 일부 업체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데다,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면 3만대 이상이 필요하다는 컨설팅 결과까지 나오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놔두자니 급등한 렌트 비용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완화하자니 교통난과 코로나 이후 제살깎아먹기 경쟁의 재연이 불보듯 뻔하다.

보유세 매년 20~50% 느는 건 이상
시민 비명을 언제까지 외면하려나

제주도의 딜레마는 집값 급등에 고민하는 정부와 다를 바 없다. 이 문제를 풀려면 총량제를 완화하거나(공급 증가), 관광객이 렌터카 대신 전세버스·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장려하는(수요 감소)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부의 부동산 대책처럼 세금을 무겁게 매기겠다고 나서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세금을 물리면 집을 파는 사람이 늘어 값이 내린다는 정부의 논리를 렌터카에 적용하면 어떨까. 렌트비 상승으로 찾는 사람이 줄어 렌터카 가뭄은 해소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용자가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집은 다르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급이 한정된 재화에 세금을 물리면 상당 부분이 최종 소비자에 전가되는 것은 상식이다. 보유세 중과로 집 소유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전·월세까지 급등하면 집값을 잡은들 뭔 소용인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계절이 왔다. 몇 백, 몇 천만원짜리 고지서를 받아든 시민들이 비명을 지른다. 정부 여당은 보유세가 시가의 1%인 미국의 경우를 거론하며 정상화의 과정이라 설명한다. 보유세를 낸 만큼 소득에서 공제해주고, 매년 일정비율(캘리포니아의 경우 2%) 이상 인상하지 않는다는 점은 외면한다. 우리나라에서 시가 24억원인 잠실 파크리오 84㎡ 소유자는 2019년 16만원이던 종부세가 올해 191만원, 2년 후에는 868만원으로 오른다. 재산세를 더하면 297만원에서 1598만원으로 는다. 너무 비싼 집이라고? 시가 14억원인 행당한진타운의 경우 올해 219만원인 재산세가 내년 292만원, 내후년 339만원으로 오른다. 내후년에는 종부세도 몇 만원 붙을 전망이다. 참고로 서울 아파트 중윗값은 지난 6월 10억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보유세가 해마다 20~50%씩 오르는 것은 명백히 비정상적인 일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종부세 고지서를 받는 분은 상위 1.8%”라며 “폭탄이라면 무차별 폭격이 아니고 정밀타격”이라고 말했다. 이슬람국가(IS) 소속 반란군도 아닌 시민에게 정밀타격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당한지는 차치하자. 일부만의 문제라는 정부 여당의 시각 자체가 이상하다. 5000만 국민의 2%면 2500만 가구의 4%고 1500만 자가 소유자의 6%다. 어차피 민주당 지지층이 아니니 상관없다는 뜻일까. 두고 볼 일이다. 참고로 나는 종부세 대상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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