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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위안 강세 놔두는 미·중…인플레이션이 더 무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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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려 으르렁대던 미국과 중국의 태세가 돌변했다. 달러화와 위안화 가치가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두 나라의 외환 당국은 뒷짐을 진 모양새다. 그 배경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22일 오후 3시 기준 뉴욕 외환시장에서 96.12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다. 중국외환거래위원회(CFETS)의 위안화 환율지수는 지난 19일 기준 101.82이다.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CFETS 위안화 환율지수는 24개 주요 무역 상대국 통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계산했다.

급등하는 달러 가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급등하는 달러 가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달러와 위안화 가치를 끌어 올린 직접적 요인은 긍정적인 경제지표다. ‘소비의 나라’인 미국이 중시하는 소매판매는 10월에 전달보다 1.7%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1.4~1.5%)를 웃돌았다. 로이터통신은 “소매판매 지표에 따른 경제 낙관주의가 달러가치를 끌어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수출 성적이 좋다. 10월 무역 흑자액이 845억3000만달러(약 100조원)로 역대 최고치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상승하면서 위안화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급등하는 위안화 가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급등하는 위안화 가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훈풍이 부는 경제 상황이 돈의 몸값을 올리고 있지만 급격한 통화 강세는 부담스럽다. 자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중 양국이 환율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여왔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엔 두 나라 모두 자국 통화 강세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통화 가치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달라진 태도는 인플레이션이 경제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6.2%(전년동기대비)로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 비중 큰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10월 13.5%로 1996년 통계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은 원자재 값 상승과 공급망 대란에 따른 수입물가 급등이다. 달러화와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수입품 가격이 내려간다. 인플레이션 부담을 낮춰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경환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수입대국인 중국으로선 위안화 강세가 생산자물가 부담을 완화한다고 여겨 개입을 자제해왔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이 달러 강세를 용인한다는 뜻을 비쳤다. 수입물가 안정을 통해 중하위 계층의 경제고통지수를 낮추기 위해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입장에서) 달러 강세는 고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를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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