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 과학기술교류 물꼬 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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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과 소련의 국교정상화에 때를 맞춰 한 소간 과학기술협력협정이 최근 모스크바에서 가조인 된데 이어 10월 하순에는 서울에서 정식 조인될 예정이다.
최영환 과기처차관을 수석대표로 한 한소 과학기술협의단은 지난달 하순 소련을 방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 14개 기관의 고위책임자와 연쇄회담을 갖고 양국간 협력방안을 논의했으며 크루그로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부위원장과 정부차원의 요기협력협정을 가 조인했다.
이번 과학기술협력협정은 두 나라 정부간의 항공협정·무역협정에 이은 세 번째 협정으로서 앞으로 중국과의 협력협정추진에도 큰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 소 과학기술협력협정에 따라 내년까지 한 소 과학기술협력위원회를 구성, 매년 서울과 모스크바에서 교대로 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서울에 「한 소 기술협력센터」를 설치하고 전문가와 과학기술정보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게 된다.
소련 측은 우리측이 관심을 표명한 소련의 2백81개 기술에 대해 연말까지 각 기술품목에 대한 상세한 자료와 기술이전조건 등을 제시키로 했으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이 사업의 창구역할을 맡기로 했다.
또 원자력협력을 위한 합의각서가 교환됐으며 양국간에 기술정보망을 구축하고 소련 국제과학기술정보센터에 한국의 관련기관이 회원으로 가입키로 했다. 이밖에 소련 측은 공동컴퓨터센터 설립, 자동차와 농기계협력사업 등을 우리측에 제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의 원로과학자 1명을 소 연방과학아카데미 정회원으로 선출하도록 소련국가과학기술위원회 라베로프 의장과 합의했다.
최 차관은 『세계적 수준에 있는 소련의 기초연구·일부 첨단기술분야와 우리의 생산기술·응용연구능력과 경험·자본을 상호보완적 입장에서 교류·결합함으로써 양국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소련은 그 파트너로서 한국과의 협력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소련을 방문한 국내연구소의 간부들도 『소련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핵심기술이나 당장 상품화할 수 있는 기술들도 적지 않지만 소련이 가장 원하는 것은 원칙만 되풀이되는 대표단회의나 협약을 위한 협약, 또는 한국과의 공동연구가 아니라 한국이 돈을 대고 기술을 빨리 사가거나 현지합작공장을 통한 생산이라는 점을 우리측은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의 단의 기술조사단원으로 참여한 기계연구소 서상기 박사(선임연구부장)는 『소련과의 기술협력에는 참여하는 국내기업의 인내심이 요구된다』고 전제하고 『민간기업이 보물찾기처럼 제각기 뒤지다가는 보물은커녕 신의만 잃게되고 결국은 소련이 배짱을 내밀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련 측도 우리대표단에게 『구체적이고 실현가능성 있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정직하게 협력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첨단기술의 잠재력을 갖고있는 소련과의 협력기회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나 정부와 연구소·기업이 손발을 맞춰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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