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목표 내년 다시 제출” 숙제 남기고 끝난 기후총회

중앙일보

입력 2021.11.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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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제 환경 운동 단체인 레드레벨스 회원들이 13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대성당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실패를 상징하는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날 폐막한 COP26은 합의안 도출에는 성공했지만, 말이 앞선 총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AFP=연합뉴스]

국제 환경 운동 단체인 레드레벨스 회원들이 13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대성당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실패를 상징하는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날 폐막한 COP26은 합의안 도출에는 성공했지만, 말이 앞선 총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AFP=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내년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다시 점검하는 내용이 담긴 ‘글래스고 기후협약’(Glasgow Climate Pact)이 13일(현지시간) 나왔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지난 2주간 협상을 계속했던 세계 197개국 대표단은 예정된 기간에서 하루를 더 넘기는 진통 끝에 이번 합의문을 마련했다. 하지만 COP26의 알록 샤르마 의장은 이날 합의문을 놓고 “위태로운 승리다. 1.5도라는 목표는 살아있지만, 그 맥박은 약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절차가 이렇게 전개된 것에 대해 모든 국가의 대표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실망을 이해하지만,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국은 글래스고 기후협약을 통해 내년에 2030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목표치인 ‘1.5도’에 맞게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197개국이 합의한 ‘지구 온도 상승 1.5도 제한’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2030 탄소 감축 목표안을 제출하는 자리였다.

기후변화 적응 재원 두 배로 확대하기로

13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폐막한 COP26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폐막한 COP26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COP26 참가국 중엔 목표치를 제출하지 않거나 업데이트하지 않은 나라도 있었다. 내년에 다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도록 해서 나라별 목표치를 재점검하기로 한 건 이 때문이다. 이번에 숙제를 제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나라들이 등장함에 따라 참가국들은 내년에 다시 ‘숙제 검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5년마다 제출하도록 했는데 이번에 내년으로 시점을 당겼다.

또 글래스고 기후협약에는 탄소 저감장치가 없는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유엔기후협약 합의문에 화석연료 제한 조치가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당초 초안에선 ‘단계적 축소(phase down)’가 아닌 ‘단계적 폐지(phase out)’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중국·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 ‘친 화석연료’ 국가들이 반발하며 단계적 축소로 후퇴했다.

한국은 탈석탄 선언에 서명했지만, 여지를 남기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정부대표단은 이 선언문에 서명하면서 “목표 설정에는 동의하지 않고 노력한다는 의미”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국제사회에선 “탈석탄 선언을 번복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국내에선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해 어쩔 수 없었단 의견도 나왔다.

또 이번 회의를 통해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 재원을 오는 2025년까지 2019년 200억 달러(약 23조5900억 원)에서 두 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도국이 요구했던 ‘글래스고 손실 및 피해 기금’ 설립은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긍정 평가”

환경부는 한국이 COP26에서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참가국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한국은 유엔에 2018년 배출량 대비 26.4%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지난달 탄소중립위원회 논의를 통해 40%로 상향했다. 또 한국은 2030년까지 산림 파괴를 멈추고 토양 회복에 나서는 ‘산림·토지 이용 선언’과 메탄 배출량도 30% 감축하는 ‘국제 메탄서약’에도 서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기후변화 목표치는 높게 평가받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의 최대 진전으론 파리기후변화협약 6조인 국제 탄소 시장 지침이 최종 합의되면서 ‘파리협약 세부 이행규칙’(카토비체 기후 패키지)이 완결된 점이 꼽힌다. 국가 간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명하고 통일된 국제 규범을 만들어 탄소 배출 감축분이 거래 국가 양쪽에 모두 반영되는 ‘이중 계상’을 막는 방안이 합의됐다. 다만 사업 감독, 관리 체계 마련 등 후속 작업이 필요해 글로벌 탄소시장이 온전히 운영되기까지는 1~2년의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이 계획한 국외 탄소 감축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국가 간 탄소시장을 규정한 이 조항에 따라 선진국의 국외 감축분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2030 NDC에 포함된 국외 탄소 감축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됐다.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국제사회에 친환경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비슷한 규모의 국가에 비해 목표치는 비교적 높게 설정했지만, 다자간 협상에서 리더십은 부족했던 것 같다. 한국보다 작은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도 기후변화 적응 이니셔티브를 기획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2023년 제28차 총회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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