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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언급한 초과 세수 10조원…장부상 여유분에 불과, 실상은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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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재정 여력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언급한 초과 세수 10조원도 실상은 ‘장부상’ 여유분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가 올해분 국세 세입 예산안을 발표한 건 지난해 9월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전망이 최악이었던 데다 백신 공급과 효과에 대한 의문도 크던 시기였다. 당시 기재부는 지난해 본예산보다 3.1% 감소한 282조7000억원의 국세가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 국세 수입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21년 국세 수입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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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재부 예상보다 국내외 경기 추락 강도가 덜했고, 백신도 신속히 공급되며 세수가 빠르게 차올랐다. 과열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부동산·주식시장이 뜨거웠던 점도 세수 증가에 기여했다. 기재부는 “세수 추계 오류가 심각하다”는 비판 속에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세수 전망을 수정했다. 본예산 대비 31조6000억원 많은 314조3000억원으로 고쳤지만, 이것마저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6일 발간한 ‘총수입 예산안 분석’에서 올해 세수를 323조원으로 예상했다. 정부 2차 추경안보다도 9조원가량 많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예정처 전망과 비슷하게 세수가 들어올 것 같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얘기한 “초과 세수 10조원”의 근거다.

결국 10조원은 남아도는 돈이 아니라 세수 예측을 정부가 잘못해서 생긴 오차일 뿐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총지출 예산은 604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본예산 기준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에 국세를 더한 총수입은 548조8000억원으로 한참 못 미친다. 지출에서 수입을 빼면(통합재정수지) 55조6000억원 적자다. 초과 세수 10조원을 고스란히 빚 메우기에 쓴다고 해도 45조원 넘는 나랏빚을 내년에 더 져야 한다는 의미다.

청와대가 6차 재난지원금 논의의 공을 당정 협의로 넘기면서 재정 책임자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판단이 중요하게 됐다. 해외 출장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홍 부총리는 5일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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