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전 부총리 이달말께 소환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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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헌재(62) 전 경제부총리를 이달 말께 소환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8일 전해졌다. 이 전 부총리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법률 자문을 했던 '김앤장'의 고문으로 있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 전 부총리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소명을 들어봐야 한다"며 "이 전 부총리는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리를 상대로 이른바 '이헌재 사단'으로 불리는 변양호(52)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김석동(53)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에게 외환은행 헐값 매입과 관련해 부당한 부탁을 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론스타 측에서 자문료 명목 등으로 20억여원을 받은 하종선(51)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를 소환조사했다. 변씨.김씨 등과 경기고.서울대 동문인 하씨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론스타 측의 로비를 담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찰은 두 차례나 기각된 유회원(55)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보강해 다시 청구키로 했다.

◆ "흔들린 중수부 위상"=채 수사기획관은 "영장 전담 법관이 아닌 경험 많은 다른 판사에게 다시 판단을 받기 위해 부득이 세 번째로 유씨 등에 대한 영장을 청구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검 수뇌부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세 번째 영장도 발부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사 자료를 보강해 법원에 제출하고, 또 기각되면 유씨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짓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는 '검찰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했으나 법원의 협조가 없어 국민적 관심사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엘리스 쇼트(46) 론스타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45) 론스타 아시아지역 고문변호사에 대해서는 기소중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번 영장 갈등을 통해 최고 수사기관인 중수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전국의 특수부 검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장까지 나서서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을 설득하지 못했다"면서 "법원과의 기 싸움에서 사실상 패배한 셈"이라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수사팀이 피의자들의 범죄 혐의를 법률적으로 명백하게 입증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론스타는 기각에 만족"=론스타가 법원의 두 번째 영장 기각에 대해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가 8일 보도했다. 존 그레이켄 회장은 "검찰이 제출한 론스타 관련자 구속.체포영장을 두 번 기각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론스타는 외환은행 투자와 관련해 어떤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병주.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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