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대 나온 여자가 왜 그런일 해?" 편견 딛고 월500 버는 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른바 3D 업종을 기피하고 육체노동을 상대적으로 천시하는 사회 풍토 속에서 20대 여성 도배사의 자신만만한 모습이 잇달아 화제가 됐다.

지난 17일 유튜브 '열현남아'에 한 달에 500만원 수입을 올리는 27세 여성 유튜버 '김스튜'가 소개됐다. 2년차 도배사인 그는 "일당 18만~21만원 정도로 22일 정도 일한다"며 "한달 400만~500만원 가량 수입을 올린다"고 했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도배사로 전직해 자리잡은 배윤슬씨가 출연해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27세의 당찬 도배사 김스튜. [유튜브 캡처]

27세의 당찬 도배사 김스튜. [유튜브 캡처]

과거부터 건축 일 가운데 도배는 여성들이 비교적 많이 진출한 분야였다. 종이를 다루는 일이라 물리적으로 여성에게 비교적 적합하고 정교한 손놀림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을 대하는 이들의 자세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책도 출간한 신세대 도배사

배윤슬 씨는『청년 도배사 이야기』라는 책을 출간하며 도배사로서의 애환을 털어놓았다.

청년 도배사 배윤슬씨는 올해 '청년 도배사 이야기'라는 책도 냈다. 인터넷 캡처

청년 도배사 배윤슬씨는 올해 '청년 도배사 이야기'라는 책도 냈다. 인터넷 캡처

배씨는 "2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경험했다"며 "펜스 너머로만 보았던 ‘건설 현장’에 들어가 난생처음 보는 환경에서 일했다. 지어져가는 아파트 안에서 시멘트벽을 벽지로 채워가며 몸을 써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새롭고 낯선 직업에 도전한 내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는 주변의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내 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숨기지 않고 내비치는 사람도 있었다"며 "비슷한 일을 한다는 이유로 SNS를 통한 관심과 응원을 받기도 했으나 지저분한 옷을 입고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시와 차별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자신처럼 남들이 기피하는 건설 현장에 일하게 된 또래 젊은이의 선택에 대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직장생활과는 다르게 내가 가진 기술로 은퇴 없이 평생 일할 수 있다는 것, 상사 혹은 동료와의 갈등이 비교적 없이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내가 노력하고 고생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씨는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아직 기술자도 아니며 소장님 밑에서 독립하지 못한 일당쟁이 도배사이다. 도배를 통해 이루고 싶은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도배가 재미있고 일당과 실력이 늘어가는 것, 내가 도배하는 것을 우려하던 사람들에게 조금씩 인정받는 것이 즐겁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조금은 평범하더라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스튜 "여자가 할 수 있는 최고 기술직" 자부심

김스튜씨는 도배사로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대학교 졸업 후 몇 년은 한참 방황했다”며 “영화과를 졸업했는데 졸업 후 할 게 없었다. 영화가 내 길이 아닌 것 같았다. 초밥집, 백화점, 콘서트 스태프, 사진 모델, 푸드트럭 등 아르바이트도 되게 많이 했다. 사진기자, 웹툰 PD로서 일도 했다. 그런데 거기서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런 혼란의 시기를 거쳐서 도배에 입문하고 자리를 잡게 됐다”고 언급했다.

도배사의 직업을 택한 이유로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며 “다른 직업은 자격증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시간 투자가 되게 많이 들어간다. 특히 나는 영어를 굉장히 못 한다. 그래서 도배 일을 하게 됐다. 도배 학원에 등록하면 현장으로 연계를 해 준다. 여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스튜는 “앞으로 큰 미래는 기술자가 되는 게 꿈이다. 그렇게 해서 최고 일당을 받고 싶다”며 “현재로써는 매일매일 배우고 일하는 것을 충실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