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죄 뒤집혔다…'대리모 계약' 탈북녀의 수상한 성폭행 고소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11:00

업데이트 2021.10.28 11:10

임신 일러스트. 중앙포토

임신 일러스트. 중앙포토

징역 2년6개월→무죄…강간죄 뒤집은 대리모 거짓말

이른바 '대리모 계약'을 맺고 법적 부부가 된 탈북 여성을 이혼 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28일 전주지법 등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김성주)는 지난 6월 16일 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59)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에 따른 성관계를 했을 뿐 강간하지 않았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8월 15일 경남에 있는 B씨(43·여) 집에서 B씨를 한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이 지난달 15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A씨 무죄는 최종 확정됐다.

도대체 두 사람에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1심과 항소심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 봤다.

A씨는 2003년 6월 결혼 후 16년간 함께 산 부인 C씨가 있었다. A씨 부부에겐 자녀가 없는 게 한(恨)이었다고 한다. A씨는 부인 동의를 얻어 2018년 9월 브로커를 통해 경남에 사는 탈북 여성 B씨를 소개받아 대리모 계약을 맺었다. "A씨의 자녀를 낳아 주면 1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전주지방법원 전경.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전주지방법원 전경. 연합뉴스

결혼 16년 자녀 없어…탈북女와 대리모 계약 

이후 A씨는 부인 C씨와 살던 전북 본가와 대리모 B씨가 사는 경남 집을 오가며 이른바 '두 집 살림'을 했다. B씨는 A씨에게 자신을 법률상 배우자로 등재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에 A씨는 C씨를 설득해 2019년 4월 22일 협의 이혼한 뒤 같은 해 5월 15일 B씨와 법적 부부가 됐다.

A씨는 C씨와 재결합할 마음으로 이혼 후에도 C씨와 가정 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B씨가 잠자코 있지 않았다. 자신과 A씨가 함께 생활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과 C씨를 모욕하는 문자 메시지를 C씨에게 지속적으로 보냈다.

이 문제로 A씨와 B씨는 자주 다퉜다. 급기야 A씨는 2019년 6월 29일 '전처와 정리하고 나랑 같이 살자'는 B씨 말에 격분해 B씨를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A씨는 같은 해 7월 9일 B씨에게 5500만원을 주고 폭행 사건을 합의한 뒤 8월 12일 이혼했다. A씨는 이혼 합의금으로 B씨에게 4500만원을 건넸고, 전처인 C씨와 8월 14일 다시 혼인 신고를 했다.

판사봉 일러스트. 중앙포토

판사봉 일러스트. 중앙포토

대리모와 혼인…전처 집 오가며 '두 집 살림'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피해자의 강간 방법과 경위에 관한 진술이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대체로 일관된다"며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5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피해자에게 아무런 피해 배상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성폭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성폭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집 명의 변경·10억 요구…항소심 "돈 목적"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은 각 질문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고,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거나 서로 모순되는 등 허위 진술 가능성이 상당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외려 "묵시적 합의에 의한 성관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스스로도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이후 피고인과 함께 자연스럽게 돌아다닐 수 없을 것이라고 진술하면서 사건 당일 피고인과 함께 외출한 바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며 "그러나 폐쇄회로TV(CCTV) 등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과 같이 장을 보거나 애견숍에 간 사실 등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고소 전후로 A씨에게 수차례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한 사실에 주목했다. 조사 결과 B씨는 경찰 수사 당시 A씨에게 '전셋집 임차인 명의를 내 앞으로 바꿔 주면 고소를 취소하고 연인 관계를 유지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A씨는 거절했다.

1심 판결 후인 지난해 12월 11일 C씨가 '남편을 용서해 달라. 1억원에 합의하자'고 제안했지만, B씨는 '10억원을 달라'며 거부했다. 같은 달 21일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A씨를 접견한 자리에서 A씨가 시가 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준다며 합의를 요구했지만, 계속 10억원을 요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과 대리모 계약을 체결한 이후 피고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어내려고 했다"며 "뜻대로 성사되지 않자 최종적으로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고소해 합의금 명목으로 피고인으로부터 상당한 금원을 받아내려는 목적에서 고소가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도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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