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언급 피했지만 회담선 치열한 '종전선언 설득전'…한·러 외교장관 회담 개최

중앙일보

입력 2021.10.27 20:45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모스크바에서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두 장관의 대면 회담이 이뤄진 건 지난 3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AP=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모스크바에서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두 장관의 대면 회담이 이뤄진 건 지난 3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AP=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요청했다. 지난 14일 한·러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종전선언을 둘러싼 러시아 측의 긍정 기류가 확인된 이후 이번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종전선언 설득전에 나섰다.

정 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오늘 회담에서 양국 관계 발전 방안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협의를 했다”며 “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공감하고 한반도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해 양국이 각급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북재화 재개 위한 협력 방안 논의"  

정 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직접적으로 '종전선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종전선언은 회담의 주요 의제에 올랐고, 정 장관 역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상대로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요청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정 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직접적으로 '종전선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종전선언은 회담의 주요 의제에 올랐고, 정 장관 역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상대로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요청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이날 정 장관은 “러시아 측이 남북 관계 증진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지지해 온 것을 평가했다”면서도 언론 발표문에 ‘종전선언’이라는 단어를 담진 않았다. 러시아가 종전선언의 당사국(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회담에선 종전선언이 핵심 의제에 올라 한·러 간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실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러시아가 건설적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정 장관의 발언은 이날 회담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은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핵심 명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 정 장관이 “대북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발언한 것 역시 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포함한 대북 유인책을 논의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AP=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AP=연합뉴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유관국을 포함한 당사자들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삼가야 할 중요성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를 향해 연합훈련 등의 한반도 긴장 유발 행위를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모든 이해 당사국이 참여하는 협상을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 재가동 필요성을 시사했다.

14년 만의 외교장관 상호 방문, 푸틴 방한 추진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개최된 한러 외교장관 회담 당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안내하는 모습. [뉴스1]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개최된 한러 외교장관 회담 당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안내하는 모습. [뉴스1]

정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의 대면 회담은 지난 3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 3월엔 라브로프 장관이 방한했고, 이번엔 정 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해 회담을 가졌다. 이는 14년 만에 한·러 외교장관의 연내 상호 방문이 실현된 것으로, 정 장관은 “한·러 관계 발전을 위한 양국의 굳건한 의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 장관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북핵수석대표 협의와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이날 정상회담 개최까지 합의하며 한·러 양국은 상호 협력 관계를 한층 돈독히 다지는 모양새다. 특히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데다 북한의 오랜 우방국이란 점은 한국 정부 입장에서 상호 협력 필요성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평가된다.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경우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종전선언을 포함한 남북 관계 진전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한편 한·러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이날 문 대통령 역시 화상으로 개최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해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했다.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화해와 협력의 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사실상 임기 말 핵심 과제로 종전선언 드라이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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