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를 생산의 활력으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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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물론 3일간의 법정연휴는 지난 4일로 끝났지만 상당수 업체 근로자들은 9월30일 일요일부터 10월7일 일요일까지 이어지는 장장 8일간의 연휴를 즐긴 결과가 됐다.
이처럼 휴일을 늘린 업체들이 구로ㆍ반월ㆍ구미ㆍ창원 등 4개 공단 경우에만 입주업체들이 거의 35%를 차지했다니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숫자에 달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근로자들이 많은 여가를 누리는 것 자체는 매우 바람직 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가가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고 근무의욕을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생활의 질의 향상을 위해서도 필연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추석연휴는 평상시의 휴가나 노는 날과는 의미가 다르다. 바쁜 직장생활에 쫓겨 오랫동안 잊고 지낼 수밖에 없었던 고향을 찾아 성묘를 하고 부모ㆍ친척ㆍ친지와 만나 소원해진 정을 잇고 도탑게 한다는 것은 산업화가 진전되고 민심이 각박해질수록 더욱 소중히 지켜야 할 아름다운 풍속이다.
그러나 긴 연휴를 끝내면서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보고 마음에 다져야 할 일이 있다.
우선 8일이라는 연휴가 과연 우리 형편에 합당한가 하는 점이다. 물론 공교롭게도 일요일과 국군의 날 공휴일에 이어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바람에 노는 날이 늘어나게 된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한달의 8일간의 연휴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우리보다 훨씬 형편이 나은 외국인들조차 한국인이 지나치게 놀기 좋아하는 풍습에 놀라워 하는 것을 간단히 지나쳐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경제사정은 일찍이 겪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부진으로 무역적자가 30억달러에 달하고 중동사태로 기름값이 치솟아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부추기고 있으며 우루과이 라운드의 출범을 앞두고 농업기반의 붕괴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그 위에 수재까지 겹쳐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사면초가의 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명분이야 어쨌든 한달의 4분의1 이상을 놀고 보내도 괜찮은 일인지 모두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일이라 여겨진다.
또 한가지 차제에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은 놀 때와 일을 할 때를 구분,여가 기간에는 충분한 휴식과 놀이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고 일할 때는 근로의 밀도를 높임으로써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하는 자세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여가생활에 대한 의미부여도 미흡하지만 동시에 직업윤리와 노동의 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민주화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근무자세가 해이해지고 노동의 질이 저하되는 경향마저 보임으로써 생산현장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음은 잘 아는 일이다.
긴 연휴의 뒤끝에는 들뜬 분위기가 이루어져 이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 질 우려가 없지 않다. 놀 때와 일할 때를 구분하자는 얘기를 새삼 꺼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8일간의 연휴를 마친 지금 모두가 늘어졌던 마음의 줄을 팽팽히 당기고 긴 연휴로 생긴 일터의 주름을 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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