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대화왜와 일본화과정』- 최재석 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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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의 고대국가 야마토는 일본인이 세운 나라가 아니라 백제인이 세운 나라요, 일본인이 경영한 독립국가가 아니라 백제가 지배한 직할영토였다.』
이 책의 저자 최재석 교수는 그것이 바로 일본 고대사의 진실이라고 말하면서 적어도 나라시대에 해당하는 8세기까지 일본인들은 한국 옷을 입고 한국의 음식을 먹고 한국말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단언하고 있다.
최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한·일 양국의 관계사를 전환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 사학계는 과거 일제의 한국침략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이용하여 최 교수가 말하는 이른바 허위의 일본고대사를 조작하는데 총력전을 벌여왔고 그 후예들이 오늘의 일본학계를 주도하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이 만든 허위의 고대사란 무엇인가.
첫째 일본사는 당연히 한국사보다 길어야 한다. 둘째 일본은 처음부터 독립국으로 출발했다고 서술하여야 한다. 셋째 일본은 옛날에도 한국을 식민지로 다스린 일이 있었다고 서술하여야 한다.
이러한 터무니없는 허구의 역사를 증명하기 위해 남의 광개토대왕 비문을 훼손한다, 가야유적을 파헤친다. 『삼국사기』의 기록을 제멋대로 불신한다는 등의 온갖 만행(?)을 저질러왔다. 최 교수는 그래서 『일본인에 의한 일본고대사 연구는 이미 학문이 아니다』고 단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사실을 안 이상 그대로 버려둔 채 눈을 감을 수 없다는 것이 정년을 눈앞에 둔 최 교수의 비장한 각오인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최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고대사에 대한 일본인 사회학자들의 왜곡은 전세기인 19세기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1백년이 넘은 이 문제를 현세기인 20세기가 다 가기 전에 해결해야지 21세기까지 끌고 갈 수는 없다』고 하면서 기필코 내 손으로 『끝내고 죽겠다』는 각오를 피력하고 있다. 이 다짐은 물론 최 교수 자신에게 하고있는 것이나 실은 일본학계와 한국학계의 모든 이들에게 하고있는 말인 것이다.
최 교수는 『일본서기』를 집중 분석함으로써 단신으로 적진에 쳐들어가고 있다. 그 결과 그는 『적어도 서기670년까지의 일본사는 일본의 역사가 아닌 한국의 역사, 한국고대사의 일부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보고의 중대성은 역사소설이 아닌 엄중한 사료비판과 고증에 의해 진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먼저 백제인의 대규모 일본열도 이주과정을 설명하고 이어 그들의 일본개척사를 소상하게 증명해주고 있다(본서 제2장 「일본열도내의 한민족과 일본원주민의 수 및 문화수준」). 그런 다음 제3장 「일본 고대천황과 지배층의 원적」에서는 그들 백제이주민집단이 일본땅 나라(나량)에다 야마토(대화)라는 나라를 건국한 시말을 서술하고 있다.
이상의 두 장은 일본민족의 뿌리와 일본최초의 국가건설자가 누구인가를 밝혀주었다고 할 수 있는데 다음 제4장 「대화왜와 인접국가와의 관계」는 식민지국가 대화왜를 백제가 어떻게 통치했으며 경영했는가를 밝혀주고 있다. 끝으로 이 책의 제5장 「백제의 대화왜와 일본으로의 변신과정」은 모국인 백제가 7세기 중엽에 멸망함으로서 빚어지는 식민지국가 대화왜의 변신(독립)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과정은 약 1백50년간 계속되는데 10세기초에 이르러서야 완전히 일본으로서 독립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의 연구는 여러가지 면에서 그 의의가 크다. 즉 일본사의 가장 아픈 부분을 폭로하였다는 의의 외에도 한국고대사의 강역이 이른바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북으로는 압록·두만강을 건너 만주땅에 뻗치고 남으로는 일본열도에 뻗쳐있었다는 한국고대사의 진실이 밝혀졌다는 의의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왕의 반도사론자들은 단지 묵살작전으로만 세월을 보낼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논문형식의 구체적인 반론을 제기하여야 하리라 생각하면 저자는 자신의 설을 좀더 알기 쉬운 글로 바꾸어 일반독자들에게 접근하는 노력까지 아끼지 말아야한다고 감히 제언하고 싶은 것이다. 【박성수<정문연 교수·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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