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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패션쇼 즐기며 유행감각 높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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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25일 오후7시 서울잠실 호텔롯데월드 크리스틀 볼룸.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 주최로 제3회 서울패션페스티벌이 열렸던 이곳에는 무려 1천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4백평 규모의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원로디자이너들을 비롯한 행사관계자와 학생을 제외한 관객의 약70%가 3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에 이르는 주부들이었다.
「하늘 땅 그리고 인간」을 주제로 한 최연옥·리이원·김연주·최지숙씨 등의 작품 1백90여점과 「코리안 드림」을 주제로 김연주·안윤정·황윤복씨가 한산모시를 이용해 만든 숙녀복 및 웨딩드레스 20여점이 모두 선보인 후 오후9시가 돼서야 패션쇼는 막을 내렸다.
친정어머니, 결혼한 여동생과 함께 패션쇼를 보러왔던 이혜자씨(41·서울 구로구 시흥동)는 『평소 패션쇼가 어떤 것인지 궁금했는데 마침 친지가 티킷을 건네주어 이 기회에 가족들과 함께 보러오자는 생각을 하게됐다』면서 『패션쇼를 보니 옷을 어떻게 입어야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작품발표회를 갖는다고 해 친구·후배들과 함께 왔다는 김영희씨(53·서울 서초구 반포동)는 『의상발표회를 많이 봐두어야 안목이 높아져 실제 옷을 살 경우 실패하지 않고 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패션쇼 관람이 아직 서민주부들에게 일반화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만큼 관람할 기회가 적으며 이들 의상이 호화롭고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특수계층의 전유물」로 취급돼오던 패션쇼가 최근 2∼3년 사이에 「보통주부」들에게도 점차 낯설지 않게 변모돼 패션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등을 계기로 디자이너들의 개인, 또는 그룹별 작품발표회가 활기를 띠게 되면서 패션쇼에 대한 인식이 차츰 달라지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촉진제구실을 한 것이 이른바 「백화점 패션쇼」.
신세계백화점·동방플라자·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 등이 매장을 새로 단장했거나 계절이 바뀔 때를 계기로 숙녀복 패션쇼를 연 것은 물론 수영복·아동복·웨딩드레스 등으로 품목을 확장시키면서 패션쇼에 대한 일반인의 이질감을 적게 했다.
또 논노·삼성물산·유림패션을 비롯한 전국규모의 브랜드들도 판촉행사의 하나로 고객을 위한 패션쇼를 개최하고 나섬으로써 주부들의 패션쇼 참가기회는 더욱 넓어지게 됐다. 쁘렝땅백화점의 경우 매주 일요일 정기적으로 패션쇼를 열고있다.
88년 가을부터 매년 두 차례의 정기발표회를 갖고있는 디자이너 이광희씨는 『처음에는 고객들에게 패션쇼 티킷을 주어도 보러오지 않고 묵히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유료패션쇼 티킷을 구입해서 보러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말로 주부들의 달라진 문화를 표현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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