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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감동(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랜 접촉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 그것을 가장 손쉽게 파악하는 길은 그 나라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아가 그들의 선조들이 남긴 유산을 직접 보는 방법이 있다.
그래서 세계의 유수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언제나 많은 외국관람객들의 발길로 붐비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전시품 내용을 보면 서양의 미술작품이 주류를 이루며,그 주제는 대부분 인간에 대한 것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서양미술과 동양미술의 차이는 소재와 기법이 서로 다른 것을 들 수 있지만 그보다도 더욱 두드러지는 특징은 작품에서 다루는 대상이 다르다는 데 있다. 특히 회화를 놓고 볼 때 동양화는 산수화가 주종을 이루는 반면 서양화는 인물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누드화에서부터 초상화,역사화,신화화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서양화는 인물의 모습과 활동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고대그리스로부터 시작된 인본주의 사고가 문화의 기초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양화의 자연관에 길들여진 우리 눈에 서양미술의 현란하고 생동감 넘치는 재현묘사가 큰 감동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서양미술에 접할 수 있는 기회란 그리 흔치 않다. 대부분 인쇄물이나 영상을 통한 간접적인 경험 뿐이다.
물론 그동안 국내에서 몇차례 해외미술품 전시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기회에도 주로 판화류가 아니면 소품들 뿐이었던 게 우리의 가난한 현실이었다.
따라서 이번 중앙일보의 호암갤러리에서 일본의 대표적 개인미술관의 하나인 부사미술관과 공동주최로 열리고 있는 「서양회화명품전」은 르네상스에서 인상파에 이르는 거장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좀 과장하면 루브르나 메트러폴리턴이 한국에 온 느낌이다.
바로크시대의 거장 루벤스를 비롯하여 18세기 프랑스 화단을 대표하는 와토,샤르뎅,부셰,『만종』의 작가 밀레,인상파의 거인들 마네,모네,피사로,르누아르,세잔 등의 작품을 보는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도 남는다. 그것은 하나의 문화적 충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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