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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풍수학] 큰 산 정기로 세계적 인물 배출한 반기문 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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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인걸은 지령(地靈)을 타고난다'는 말이 있다. 유엔 사무총장에 확정된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보면 이 말이 더욱 새삼스러워진다. 세계는 차치하고 한국에서만 살펴보아도 반 사무총장(편의상 이렇게 부르자)보다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고, 대도시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무수히 많음에도 이름 없는 시골에서 태어난 그에게 영광이 돌아간 것을 보면 그렇다.

▶선학유공형의 큰 산 아래 자리한 상당리는 세 명의 걸출한 인물을 기약하고 있다.

반 사무총장이 태어난 곳은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다. 상당리를 살펴보기 전에 한마디 먼저 언급한다면 반 총장은 태어날 때 받은 지기도 대단하지만 세 살 이후 자란 충주 또한 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된다. 충주 근교에서 시내 쪽을 바라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산이 계명산이다.

이 산의 모습이 반 총장의 얼굴과 비슷하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새벽을 알리는 닭’을 상징하는 계명산은 반 총장이 맡은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을 넌지시 가리키는 게 아닐까. 이쯤 되면 지기가 먼저인지, 아니면 대성한 인물로 인해 지기를 견강부회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바가 없지 않다.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상당리를 살펴보자. 속리산에서 안성 칠현산까지 올라오는 산맥을 한남금북정맥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산맥이 올라온다’는 말은 백두대간이 속리산을 지나 지리산으로 가는 것을 내려간다고 할 때, 그와는 달리 북으로 오는 산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내려갈 때와는 달리 올라올 때는 그 힘이 매우 좋아야 한다. 한남금북정맥은 칠현산에서 각각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나누어진다. 이렇게 큰 산맥을 둘이나 낳으려면 본래의 산맥이 이보다는 강해야 한다. 상당리는 한남금북정맥의 가지가 아닌 대간룡(大幹龍)이 지나가면서 만든 동네다.

증평과 음성을 잇는 국도 36호선을 타고 가다 보면 한 고개를 두고 각각 다른 이름이 붙은 휴게소를 발견하게 된다. 증평에서 음성으로 가는 방향에는 한금령휴게소, 음성에서 증평으로 가는 쪽의 행치휴게소가 그곳이다.

한금령은 한남금북정맥이 지나는 이 고개를 중심으로 동쪽의 물은 한강으로 들어가고 서쪽의 물은 금강으로 들어간다는 지리적 해석을 바탕으로 최근에 지은 이름이다. 이에 비해 행치는 예부터 이 고개에 오래된 살구나무가 있어 얻은 본래의 이름이다. 행치는 행티라고도 부른다. 행치휴게소 뒤편 동네가 상당리다. 행치 고개를 치고 올라가 북서쪽에 우뚝 선 산을 두고 큰 산 혹은 보덕산, 삼신산이라 부른다.

산은 마치 한 마리 큰 학이 공중에서 유유히 노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선학유공(仙鶴遊空)형이라고 한다. 큰 산 아래 남서향으로 둥지를 튼 곳이 반 총장의 생가 터다. 한남금북정맥이 오른쪽 백호가 되고 왼쪽 청룡은 큰산에서 가지를 친 작은 능선이 맡고 있다. 산세는 백호가 탁월하다. 이는 이 마을 사람들이 일찍이 객지나 해외로 나가야 출세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안산은 활을 내려놓은 모습이다.

반 총장의 생가는 행랑채만 남아 있지만 본래 있던 안채는 북서쪽인 건좌(乾坐)에 중심을 두고 대문은 동북쪽인 간방(艮方)으로 냈다고 한다. 이는 풍수적 법도를 매우 존중한 셈이다. 이런 집을 두고 천덕(天德)택이라고 부른다. 상당리(上堂里)란 지명 또한 예사롭지 않다.

‘당에 오른다’는 말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대개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 마을에는 삼신산(큰 산)의 정기가 발동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인물과 큰 부자·장수가 배출된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1996년 건립한 마을유래비 참조). 그중 하나가 적중한 셈이다.

최영주 언론인·풍수지리연구가 sinmu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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