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오면 원희룡이 보일 것입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여름 언론 인터뷰에서 자주 하던 말이다.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발언이었다. 그의 장담은 현실화됐다. 한로(寒露·찬 이슬이 맺히는 시기)였던 지난 8일 원 전 지사는 국민의힘 2차 컷오프를 통과했다. 4강에 안착한 그의 첫 일성은 “이제 원희룡의 시간입니다”였다.
국민의힘 2차 컷오프는 ‘1등보다 치열한 4등 싸움’이 관심사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홍준표·유승민 세 사람이 2강(强) 1중(中)을 굳힌 가운데, 원희룡·최재형·황교안 세 명이 마지막 자리를 두고 각축전을 벌였다. 원 전 지사가 그 마지막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0일 원 전 지사에게 직접 물었다.
- 2차 컷오프 통과 이유를 스스로 분석한다면.
- 품격 있는 토론과 함께 준비된 정책, 여기에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지사와 결기 있게 싸우는 모습 등이 ‘원희룡의 강점이자 효용 가치’로 인정받은 것 같다.
- ‘대장동 1타 강사’ 콘셉트도 효과가 있었나?
- 컸던 것 같다. 우리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 이 지사를 향한 공세는 계속하나?
- 대장동뿐 아니라 백현동, 현덕지구와 관련해 이 지사의 '유능하다'는 이미지가 얼마나 가짜인지 알릴 것이다. 특히 ‘개발 이익을 도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개발 이익을 측근들의 비리 잔치로 몰아줬는지를 계속해서 밝힐 계획이다.
원 전 지사의 컷오프 통과 배경에 대한 정치권의 분석도 본인 얘기와 비슷하다.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원 전 지사가 보여준 공격력이 국민의힘 지지층의 마음을 끌어당겼다는 것이다.
원 전 지사는 유튜브 방송에서 ‘대장동 1타 강사’ 콘셉트로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을 짚었고, 다른 방송에선 ‘화천대유 특강’이란 제목으로 의혹을 총정리했다. ‘화천대유 특강’ 영상 두 편의 조회 수는 이날 기준으로 62만회를 넘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당에서도 원 전 지사 영상으로 대장동 의혹을 쉽게 이해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 당원들은 2차 컷오프 이후 후보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전략적으로 판단한다. 원 전 지사가 대장동 의혹을 팩트 중심으로 ‘완결판’마냥 정리하는 것을 보고 그가 향후 경선에서 이재명 저격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 원조 개혁·소장파 출신으로서 원 전 지사의 중도확장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4위 경쟁자였던 최재형·황교안 후보는 상속세 폐지 공약, 부정선거 의혹 제기 등을 통해 국민의힘 내에서도 오른쪽에 있는 당원을 공략했다. 반면 원 전 지사는 ‘국가찬스’ 등 신선한 정책을 내세우며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본인의 중도확장성도 평가를 받았다고 보나?
- 최재형·황교안 후보는 자꾸 작은 곳으로 자신을 가뒀지 않나. 대선은 영역을 넓히기 위한 싸움이다. 최·황 후보의 주장이 소수에게는 먹히더라도, 결국 선거는 다수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는 점을 우리 당원들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점을 이번 컷오프에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 전 지사는 앞으로 본인의 본선 경쟁력을 부각할 계획이다. 원 전 지사는 “이재명 지사를 상대할 최강의 공격수라는 점과 국정 운영을 위한 준비가 가장 잘 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이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 가장 본선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 지사의 가짜 유능함을 박살낼 수 있는 ‘미친 공격력’을 증명해내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말했다.